'풍운아' 이천수(32)가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한다. 이천수가 새 둥지를 튼 구단은 이천수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인천 유나이티드다.
이천수 복귀의 키를 쥐고 있던 전남 드래곤즈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남이 이천수의 임의탈퇴 신분을 풀어주기로 결단을 내렸다. 2월 22일자로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비롯한 많은 축구관계자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팬분들의 선처를 희망하는 의견을 존중하고 이천수 선수가 그동안 한국축구발전에 기여한 부분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천수의 K리그 클래식 복귀는 어렵게 이뤄졌다. 이천수가 지난 2009시즌 중 전남 코칭스태프와 물의를 일으킨 것이 사제 관계,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한국 축구계에서는 쉽게 용서할 사안이 아니었다. 당시 K리그 다른 구단 단장들이 모두 이천수의 복귀는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세울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그러나 3년의 세월이 흘러 사건 당사자인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 하석주 전남 감독 등이 용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이천수 복귀설이 솔솔 나왔다. 결정적으로 지난 시즌 막판 이천수가 전남의 홈 경기장인 광양전용구장을 찾아 전남 구단과 팬에게 고개 숙여 사죄한 것이 해결의 큰 실마리가 됐다. 유종호 전남 사장도 "이천수가 직접 내려와 팬들에게 사죄하고, 광양 지역 청소년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천수의 복귀가 성사된 데에는 인천 구단의 몫도 컸다. 인천은 이천수에게 열렬한 구애를 펼쳤다.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천수의 선처를 부탁했다. 송 시장은 "이천수가 인천행을 원한다. 우리 인천도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며 이천수 영입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추진했다. 조동암 인천 대표이사도 지난 14일 단장협의회에서 이천수 K리그 클래식 복귀를 주장했다. 조 대표이사의 적극적인 주장으로 다른 구단 단장들도 전남에 이천수 임의탈퇴를 풀어줄 것을 건의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지난달 말 목포 전지훈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천수가 인천에 온다면 대환영이다. 이천수의 기량을 높이 사고 있다. 고생을 했으면 많이 성숙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그토록 원했던 이천수를 품에 안게 됐다. 잘못을 뉘우치고 제2의 축구인생을 살겠다는 이천수에게도 인천이 최적의 구단이 될 수 있다. 인천은 이천수의 고향팀이다. 그는 부평동중, 부평고를 졸업했다. 또 인천에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만든 김남일, 설기현이 있기 때문이다. 김남일도 "이천수는 가진 것이 많은 선수"라며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본인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천에 오면 제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큰 역할을 해줄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이천수의 합류를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