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가 오너 일가 회사에 맡겼던 매점사업을 직영점 체제로 전환했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롯데시네마)는 3월1일부터 전국 52개 영화관에서 매점을 운영해왔던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관계사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점 체제로 전한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네마푸드는 지난달 28일로 롯데쇼핑과 롯데시네마 내 각 매점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하고 매점 점포내 집기비품 일체를 5억6421만원에 롯데쇼핑에 양도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네마통상 역시 롯데쇼핑과 롯데시네마 내 각 매점 임대차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더불어 매점 점포내 집기비품 일체를 롯데쇼핑에 10억2265만원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난 수년간 영화관에서 최고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매점사업을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모두 전담시켜왔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 씨(57.8%)와 막내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42.1%)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한 사실상 개인 회사다. 서 씨의 친오빠인 서진석 씨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기도 하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업체다. 신 이사장은 지분 28.3%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로 앉아있고, 그 뒤를 이어 장혜선(7.6%)·선윤(5.7%)·정안(5.7%) 씨 등 세 자녀가 지분을 고르게 갖고 있다. 시네마푸드 역시 비슷한 지배구조 형태를 띠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롯데시네마 매점 일감을 통해 연간 수십억 원대 이익을 올려왔다. 특히 유원실업은 시네마 관련 매출이 가장 높은 서울·경기 일대에서 매점 운영권(30여 개)을 독점해왔다. 나머지 전국의 영화관 내 매점은 시네마통상이 14개, 시네마푸드가 8개를 맡아 운영하고 있었다. 수익은 고스란히 신 이사장과 서 씨 가족들에게 배당금 명목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시네마통상의 경우 지난 2011년에 극장매점사업으로만 약 12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네마푸드도 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측은 직영점 전환에 대해 "영화배급업 및 부대사업, 영화상영업, 매점 사업 등 영화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노하우를 강화하고 사업간 시너지를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매점의 직영점 체제 전환은 최근 롯데시네마가 해외로 진출하는 등 영화 사업을 공격적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사업 조직을 일원화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동시에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와 관련업계에서는 롯데시네마가 매점을 직영으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팽배해지고, ‘일감몰아주기’가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 22일부터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이 롯데시네마가 관계사에 줬던 매점운영권을 회수한 결정적이 이유가 아니냐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롯데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호텔 사업 외에도 면세점, 잠실 롯데월드, 골프장, 여행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데다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도 갖고 있어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기업으로 꼽힌다.
더구나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이 때문에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 정책의 '타깃'을 롯데로 잡고 있다는 관측이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된 상황"이라며 "이번 세무조사가 그룹 전체를 압박하는 출발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인다”고 꼬집은 것이 바로 롯데그룹을 겨냥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사업인 제2 롯데월드의 공사 현장의 기둥에서 균열이 발견돼 서울시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롯데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과 딸들이 독식해온 극장매점사업을 전격 포기하겠다고 발표해 몸을 낮추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