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남 FC 베스트 11중 7명, 돈 한푼 안 쓰고 데려왔네
2억 원.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프로축구에서 쓸만한 자원을 영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하지만 프로축구 경남 FC는 다르다. 불과 2억 원으로 올 시즌 활용할 주축 라인업을 완성했다.
1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를 앞두고 경남이 공개한 선발명단에는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었다. 베스트일레븐 중 별도의 이적료 없이 경남에 합류한 멤버가 7명이나 됐다. 백민철(골키퍼), 김용찬·정다훤·윤신영(이상 수비수) 등은 자유계약(FA)으로, 공격수 김인한은 드래프트를 통해 경남 유니폼을 입었다. 공격수 이재안과 미드필더 조재철은 각각 김주영(서울)과 윤빛가람(제주)이 이적하는 과정에서 '트레이드 카드'로 지목돼 경남으로 건너온 케이스다. 미드필더 김형범은 상징적인 의미의 소액 이적료(1000만원)에 합류했다. 토종 선수 중 경남이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해 데려온 선수는 미드필더 강민혁(이적료 2억 원)이 유일하다.
경남은 2006년 창단한 도민구단이다. 역사가 짧은 데다 넉넉지 못한 재정 탓에 FC 서울이나 포항 스틸러스처럼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대신 생존 전략을 '흙 속 진주 발굴'에 맞췄다. 저평가된 선수나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유망주를 자유계약으로, 또는 타 선수 이적 협상 과정에서 이적료에 더한 '플러스 알파'로 데려와 스쿼드를 채웠다. 일단 합류한 선수들은 최진한 감독의 조련 아래 철저히 팀 플레이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경남이 최근 들어 김주영, 윤빛가람, 윤일록(서울) 등 걸출한 선수들을 줄줄이 타 구단에 팔고도 시·도민구단 중 최고 수준의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경남은 1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K리그 3라운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제패를 목표로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승기·케빈·박희도·정인환 등을 데려오며 40억 원 안팎을 지출한 부자 구단이다. 최진한 감독은 "선수 몸값만을 놓고 보면 전북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하지만 우리는 골리앗 잡는 법을 안다. 승리에 대한 열망과 끈끈함에서 우리가 앞선다"며 의욕을 보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