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와 시범경기를 앞둔 20일 마산구장. KIA 외국인 마무리 투수 앤서니 르루(31)가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벤치에 앉아있던 선동열(50) KIA 감독을 발견한 그는 "안녕하'쎄'요"라고 인사를 했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표정만큼은 의기양양했다. 외국인 선수의 한국어 인사를 받은 선 감독은 "으응~"이라며 미소로 반겼다. 사실 두 사람의 다정한 인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수장이 먼저 앤서니에게 "굿모닝~"이라고 첫 인사를 했다.
감독은 야구 잘하는 선수가 예쁘다. 앤서니는 올 시즌 처음으로 마무리 투수로 나서고 있다. 최고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와 수준급 제구력을 갖춘 선수. 그러나 선 감독은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품어왔다. 기우였다. 앤서니는 최근 4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KIA의 시범경기 단독 1위(5승1패) 질주에 힘을 보탰다.
위기 관리도 탁월했다. 앤서니는 지난 19일 NC전에서는 9회 마운드에 올라 2사 후 유격수 실책과 좌전안타로 1·2루 위기에 몰렸다. 팀이 7-5로 쫓기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역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앤서니는 허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욕심을 더 내기로 했다. 선 감독은 앞으로 남은 시범경기에서 앤서니에게 3경기까지 연투를 주문할 계획이다. 그는 "현역시절 계투와 마무리 투수를 해봐서 안다. 매일 짧게 1이닝만 던져도 3일 연속 마운드에 오르면 몸이 힘들다. 4일째 되면 화도 났다"며 "이번 주에는 앤서니에게 3경기까지 연투를 시켜볼 참이다"고 했다.
KIA는 매년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혀왔다. 특히 올 시즌에는 중심타선이 모두 복귀했고, 강력한 선발진과 소방수를 낙점하며 더욱 강한 팀이 됐다. 선 감독은 이날 "불펜이 다소 약한 편이지만 올해는 계투진에 '인해전술'을 써서라도 짧게 한 타자씩 잡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승리와 우승을 향한 플랜이 짜인 팀. 선 감독이 이기는 경기에서 마지막에 등판하는 앤서니에게 연투를 주문한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