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는 이병규가 두 명 있다. 둘 다 좌타자이고, 외야수여서 더 헷갈린다. LG 경기 때 전광판 라인업에 '이병규'라는 이름이 두 개 뜨면 누가 몇 번타자로 나오는 건지 구분이 안될 때도 있다. 그래서 LG 홈 경기 때는 둘의 배번을 이름 옆에 붙여준다.
24일 LG-두산의 시범경기 최종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44) LG 감독이 취재진 앞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이제 '작뱅' 아닙니다. 앞으로 '빅뱅'으로 불러주세요”라고 했다. '작뱅'은 이병규(30·등번호 7번)의 별명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병규(39·등번호 9번)와 2006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이병규는 각각 '큰뱅'과 '작뱅'으로 불렸다. 둘을 구분하기 위해 키(185㎝)도 크고 나이도 많은 주장 이병규는 '큰 이병규', 키 178㎝에 나이도 어린 이병규는 '작은 이병규'로 통했다. 그러다 줄임말인 '큰뱅'과 '작뱅'으로 굳어졌다. 팬뿐 아니라 선수단 내에서도 이 같은 별명이 통용됐다.
'작은' 이병규를 '빅뱅'으로 부르자는 아이디어는 조계현 LG 수석코치가 냈다. "작뱅 하면 작아 보인다. 작아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작은 이병규를 '빅뱅'으로 부르라는 지침은 이미 선수단 전체에 내려졌다. 취재진이 "키가 작은 편도 않은데 그동안 좀 그랬겠다"고 하자 김 감독은 "사실 키는 작죠"라며 웃었다.
빅뱅이 된 이병규는 최근 2년 동안 정말 '작았다.' 2010시즌 타율 3할에 12홈런 53타점으로 활약했지만 2011시즌과 2012시즌에는 무릎 부상으로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올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0.179에 1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래서 LG 선수단이 그의 별명을 빅뱅으로 '개명'한 데는 이병규가 크게 터져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병규는 이날 구리구장에서 열린 넥센 2군과의 평가전에 출전해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을 했다.
'작은' 이병규가 사라졌으니 '큰' 이병규의 별명도 바꿔야 할까. 김기태 감독은 "주장 이병규는 전과 같이 큰병규 내지 캡틴으로 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