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6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고개를 젓는다. 허구연(62) MBC 해설위원이 "그만큼 재미 있는 시즌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자 김 위원장이 쐐기를 박는다. "보는 사람은 즐겁고, 하는 사람은 어렵고."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인 김 위원장과 허 위원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만나 2013년 프로야구를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수석코치를 지낸 KIA(당시 해태), 사령탑으로 있었던 두산·한화의 사정에 밝다. 쌍방울 초대 감독 출신으로 신생팀 NC에 해줄 말도 많다. 허 위원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를 해설위원과 감독(청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지켜봤다. 올 시즌 5개의 핫 이슈에 대한 두 베테랑 야구인의 신중하고도 과감한 전망을 들어보자.
①삼성 3연패 가능할까
김인식 위원장(이하 김인식, 존칭·존대 생략) "(삼성의 새 외국인 선수) 로드리게스가 던지는 걸 두 번 봤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대단한 투수는 아닌 것 같더라. 다른 한 명(밴덴헐크)도 늦게 합류한다고 하고. 삼성의 강점이라는 선발진에도 고민이 생긴 거다. 중간에서도 정현욱과 권오준의 공백이 커보이고, 안지만도 수술 후 복귀이니까 지켜봐야 한다. 정규시즌은 결국 투수 싸움인데, 작년처럼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우승후보다."
허구연 위원(이하 허구연) "김 위원장 말씀처럼 삼성은 '불안한 우승후보'다. 삼성은 시즌 초반에 휘청여도 여름이 되면 치고 올라가곤 했다. 투수진에 변화를 많이 준 올해에는 시즌 중반에 치고 올라갈 힘이 있을까. KIA·두산에는 올해가 우승 기회다. 시즌 초가 중요해다. 삼성이 부진할 때 KIA와 두산이 치고 올라가면 정규시즌 선두권 다툼이 아주 재미있어질 거다. 그러다 보면 3강 중 하나가 확 뒤로 처질 수도 있다."
김인식 "두산과 KIA가 선수 구성이 좋더라. KIA는 선발진이 좋다. 선동열 감독이 경험이 많아 시즌을 꾸려가는 법도 알 거고. 불펜이 얼마나 올라서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두산은 투타가 안정돼 있다. 2년차 김진욱 감독이 시즌 승부처에서 벤치 운영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허구연 "두 팀 모두 불안요소가 있다. KIA는 중심타선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러야 하고, 두산은 베테랑 구원투수 정재훈이 예전 모습을 보여줘야 대권을 노릴 수 있다."
②10년 좌절한 LG, 이번 가을엔?
김인식 "LG·넥센이 중위권 판도를 바꿀만한 팀이다. LG 외국인 선수 두 명(리즈·주키치)은 검증이 됐다. 그런데 나머지 선발후보들은 안정감이 부족하다. 젊은 투수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미지수'가 많다고 봐야 한다."
허구연 "LG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팀 분위기도 좋더라. 그런데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이 고정돼 있지 않은 게 약점이 될 수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현재윤·내야수 손주인을 영입한 건 무척 긍정적이다. 오지환이 여유가 생긴 점도 고무적이다."
김인식 "LG의 실질적 목표는 (우승이 아닌) 4강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롯데·SK의 성적도 중요하다. 롯데는 로이스터나 양승호 감독이 있을 때 우승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 SK도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투수력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더라."
허구연 "SK는 마무리 정우람의 군 입대, 홀드왕 박희수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커 보인다. 롯데도 2년 동안 4번타자 2명(이대호·홍성흔)과 1번타자(김주찬)을 내보냈다. 팬심이 대단한 롯데로 온 김시진 감독과 전임 사령탑(김성근)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SK의 이만수 감독이 압박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LG가 판도를 바꾸려면 이 틈을 노려야 한다."
김인식 "LG라…. 잘 풀리면 4위도 할 수 있는데."
③승부사 김응용 감독, 한화를 구할까
김인식 "김응용 감독이 왔지 않은가. 외야 수비만 해결하면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허구연 "한화를 너무 과소평가한다고 본다. 김응용 감독은 엄살을 피울 때가 가장 무섭다. 중심타자 김태균·김태완·최진행은 확실히 위력이 있다. 구단 프런트가 김응용 감독과 잘 상의한다면 이중 한 명을 트레이트 카드로 활용해 약점을 메울 수도 있다."
김인식 "(내가 감독으로 있던) 2005년에도 한화 전력이 정말 약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전년도에 4패 3세이브에 그쳤던 지연규를 마무리로 써서 20세이브 투수를 만들었다. 2004년 KIA에서 홈런이 한 개도 없었던 김인철이 한화로 와서 10홈런을 쳤고. 이런 선수들이 나오면 팀에 힘이 생긴다. 코칭스태프도 너무 몰아세우기보다 '한 번 해보자'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허구연 "맞다. 코치들이 김응용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④막내 NC, 돌풍의 주인공 될까
김인식 "NC가 대만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걸 유심히 봤다. 투수력이 괜찮더라. 문제는 타격이다. 타선에 '홈런 한 방'을 쳐줄 선수가 보이지 않더라. 이호준·모창민이 그나마 힘이 있는 타자들인데, 홈런 몇 개나 칠 수 있을까. 한두 점 차 승부에서는 그런 한 방이 필요하다. 물론 정규시즌 전체를 봤을 때는 투수력이 강한 게 낫다. 외국인 투수도 3명을 쓸 수 있으니, 선전을 기대해 봐야 한다."
허구연 "경험 있는 김경문 감독이 있으니, 경기 운영을 잘 할 거다. 그런데 NC는 '오버 페이스'를 경계해야 한다. 아직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패기만 갖고는 안 되는 게 야구다. 재활 중인 나성범의 복귀가 기다려진다. 건강한 몸으로만 돌아온다면 NC 야구를 재미있게 만들 선수다."
⑤홀수구단 체제의 변수는
김인식 "올해 프로야구는 한 팀이 쉬어야 한다. 시즌 초반에는 휴식일이 변수가 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장마철이 되고, 정말 극단적인 스케줄이 나올 경우 성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감독과 투수코치의 역할이 크다. 팀이 확 무너질 수도 있고, 휴식일을 사이에 두고 연승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쉬는 날이 생긴다고 선발 로테이션에 손을 많이 대거나, 선발을 중간으로 쓸 경우 자칫하면 투수진 전체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감독들 머리가 꽤나 아플 거다."
허구연 "벤치의 능력과 역량이 더 중요해진 거다. 1·2·3선발이 강한 팀이 유리할 거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강한 투수가 자주 나오니 '투고타저'가 심해질 수 있다. 이럴 때 한두 점을 뽑아내는 정밀한 야구를 펼치는 팀이 1승을 얻는 거다. 4개 팀(롯데 넥센 한화 NC)이 새롭게 감독을 영입했다. 다른 감독들도 올해가 중요한 시점이다. 홀수구단 체제까지 더해서 '감독의 야구'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