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프로농구 서울 SK에도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있다. 다른 팀에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하고 SK로 이적해온 선수들이다. 주인공은 주희정(36)·박상오·애런 헤인즈(이상 32)다.
문경은 SK 감독은 1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앞두고 "큰 경기를 경험한 주희정·박상오·헤인즈가 있어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K가 마지막으로 챔프전에 진출했던 건 2001~2002시즌이다. 이후 2007~2008시즌 6강 PO에 오른 게 전부다. 그래서 문 감독은 이들의 풍부한 경험이 더욱 든든하다.
주희정은 삼성 시절이던 2000~2001시즌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당시 빠른 발을 이용한 가로채기에 능했고 압박 수비도 뛰어났다. 지금은 김선형에게 밀려 백업 멤버로 나서지만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노련미를 발휘한다. 1일 4강 PO 1차전에서도 초반 김선형이 흔들릴 때 투입돼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기록은 3점·2어시스트에 불과했지만 기록 이상의 몫을 했다. 김선형은 이날 경기 후 "(주)희정이 형이 차분히 경기하라고 조언해줘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선배에게 고마워했다.
박상오는 2010~2011시즌 부산 KT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정규리그 MVP 자리에 올랐다. 당시 4강 PO서 원주 동부와 만나 1승3패로 챔프전 진출에는 실패했다. 지난 시즌까지 KT에서 뛰었던 박상오는 올 시즌을 앞두고 SK로 왔다. 연봉을 놓고 구단과 이견을 보여 쫓겨나듯 팀을 옮겼다. 마음을 다잡은 박상오는 올해 3점슛 평균 1.15개로 김민수와 함께 슈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1일 경기에서도 3점슛 두 개 포함 8점을 넣으며 승리에 보탬이 됐다.
헤인즈는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2008~2009시즌 삼성에서 챔프전을 경험했다. 당시 하승진을 앞세운 KCC에 3승4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헤인즈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 다음 시즌에 모비스로 옮겨 통합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삼성과 LG를 거쳐 올 시즌 SK에 둥지를 틀었다.
정규리그 평균 19.1점으로 주포 역할을 한 헤인즈는 1일 경기에서 29점·1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원맨쇼를 했다. 문 감독은 "헤인즈는 내게 굴러들어온 복이다. 전술 이해력이 뛰어나 감독 입장에서 경기하기가 편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