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기획사의 연매출 2000억원 시대가 열렸다. 한 해 수십원의 돈을 버는 '준재벌 아이돌'도 여럿 탄생했다. 하지만 팀 멤버 모두가 똑같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드라마·광고·유닛 활동 등 그룹 내 개별 활동이 많아지면서, 수익 배분에 따라 아이돌 사이에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 아이돌 수익 배분은 어떤 방식으로 할까. '국민 첫사랑' 수지는 MBC 드라마 '구가의 서' 출연료를 미쓰에이 멤버들과 똑같이 나눌까. 아이돌 수익 배분 '1/N 법칙'을 살펴봤다.
▶팀 활동만 1/N
YG·SM·JYP 등 대형 기획사의 경우 주로 팀 활동 수익은 나누고 개인 활동 수익은 개인이 갖는다. 팀 내 자존심 경쟁을 부추겨 팀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반면 팀 멤버별 수입 격차가 커질 경우, 멤버간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팀 활동 수입은 나누고, 개별 활동 수익은 개인이 가져가는 배분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영화·드라마·광고에서 활약이 뚜렷한 슈퍼주니어 최시원·소녀시대 윤아 등이 팀내 수입 1위에 올랐다. 소속사 측에서는 멤버별 수입 격차가 크게 벌어져 팀워크를 해치지 않게, 비 인기 멤버들의 활동을 독려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셈이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신인은 팀 활동과 개별 활동 수입을 똑같이 나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개인 활동 수입은 개인이 갖는 구조다. 2PM의 경우도 드라마 출연료·멤버 닉쿤의 태국 활동 수입 등은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개별 활동 때문에 팀 활동을 쉬어야 하는 멤버들을 고려해 일정한 수익을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에이는 데뷔 이래 수지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최근 계약 조건을 바꿨다. 개별 활동 수입까지 1/N로 나눴지만, 이젠 개인이 갖는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최근 배분 계약 조건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수지가 손해를 본 측면이 많다. 기존에는 수지가 벌어온 돈을 똑같이 나눴지만 이젠 개별 수입은 개인이 갖는다"고 전했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개별 활동 수입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최근 가장 핫한 K-POP 스타 인피니트 역시 개별 활동 수익은 나누지 않는다. 인피니트 소속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개별 활동이 활발했지만 우린 팀 활동을 첫 번째로 친다. 워낙 팀워크가 좋아서 감정이 상할리 없다"고 전했다.
▶개인 활동까지 1/N
3사의 아성에 도전하는 가요 기획사들은 아직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별 활동 수입을 개인이 가져갈 경우, 팀 내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획사가 비스트·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FT아일랜드·씨엔블루 등이 속한 FNC엔터테인먼트다.
비스트는 대표적인 의리파 그룹이다. 광고·드라마·솔로 활동을 불문하고 수익을 멤버끼리 똑같이 나눈다. 멤버들마다 활동 빈도, 몸값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똑같다. 큐브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데뷔 당시부터 멤버들 간 합의하에 결정된 사항으로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끌고 가는 멤버가 있다는 건, 그만큼 밀어주는 멤버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수익 차이가 나면 오히려 불만이 쌓일 수 있고 불화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씨엔블루 역시 모든 활동을 멤버들이 나눈다. 멤버 이정신은 한 방송에 출연해 "초반에 용화 형이 주로 활동해 돈을 벌 때는 멤버들 모두 미안해했다"며 수익 배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종현은 "용화 형 혼자 일을 다 하고 우리 팀을 알렸다. 힘든 티를 낼 수 있었는데 아무 티도 내색도 안했다. 그래서 우리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리더 정용화의 활약은 멤버들을 고무시켰다. 지난해에는 정용화를 제외한 이종현·강민혁·이정신이 드라마에 출연해 리더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아이돌은 아니지만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는 저작권료까지 4명이 똑같이 나누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의리 그룹'이다.
▶수익 배분 누가 결정하나.
아이돌 그룹이 태동한 90년대만 해도 개인 활동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계약서에 개인 활동 수입 배분 조항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90년대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한 가요 관계자는 "과거에는 팀 활동이 전부였다. 개인 활동 수입 조항 자체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한 멤버가 예능·드라마로 뜨게 되면 회사에서 따로 돈을 챙겨주는 시스템이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중반 개인 활동을 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계약서도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돌 스타들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소속사 측에 개인 활동 수익 배분이 명시된 계약서로 갱신하길 요구한 것. 2010년 표준계약서가 제정된 후에도 개별 활동 수입 배분과 관련된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다. 대신 대형 기획사의 경우 추가 계약서를 첨부해 수입 배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최근 아이돌을 제작한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개별 활동까지 염두해 팀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표준계약서에는 개별 활동 수입 배분 조항이 없지만 추가 계약서를 써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는 팀이 늘었다. 보통 데뷔 2년 차가 되면 개별 활동까지 나누는 것에서 개인 활동 수입은 개인이 갖는 것으로 계약이 바뀌는 추세다. 그래야 뒷말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