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크린에서 쏟아진 팡틴(코제트 엄마)의 뮤지컬 넘버 'I dream a dream'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거린 기억은 없는지.
지난해 말과 올초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스펙타클한 화면과 사운드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영화관에선 해외 유명 오페라나 뮤지컬, 클래식 공연을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와 삼성동 복합공연장인 베어홀이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가 공연 실황을 촬영해 영상으로 구현한 'The Met:Live in HD' 2013 시즌을 시리즈로 상영하고 있다. 10일 오후 2시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상영 중인 메가박스 센트럴점을 찾았다.
배우 얼굴의 땀방울에 탄성 터져
우선 영화관에서 오페라를 본다는 건 새로운 자극이다. 대형 스크린(가로 11.7m, 세로 5m)은 집 안에 홈시어터를 갖춘 마니아도 따라잡을 수 없는 화면이다.
'The Met : Live in HD'는 메트로폴리탄오페라가 기획한 히트작이다. 세계 최고 오페라 배우들의 연기를 줌인, 줌아웃이 가능한 여러 대의 카메라 앵글이 만들어낸 영화같은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입장료 3만원도 비싸게 느끼지진 않는다. 사랑의 묘약으로 둔갑한 싸구려 포도주로 인해 벌어지는 유쾌한 해프닝을 그린 '사랑의 묘약'은 2013시즌 첫 상영작품으로 토니상 감독상 수상자인 바틀렛 쉐어가 연출을 맡아 뮤지컬의 연출 요소를 오페라에 적용했다.
'사랑의 묘약'은 의심할 바 없이 최고 배우들의 최신 공연이었다. 지주의 딸인 아디나 역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벨코레 장교역은 지난 시즌 '돈 지오반니'의 주인공이었던 바리톤 마리우쉬 퀴베첸이, 순진한 청년 네모리노는 역시 지난 시즌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을 맡았던 테너 매튜 폴렌자니가 맡았다. 객석에는 머리 희끗한 관객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이 극장에서 메트 버전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파우스트 역을 맡은 세계적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흐르는 것이 생생하게 보였다. 실제 공연에선 볼 수 없던 장면이라 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영화관 오페라 문화는 아직 부족
오페라 상영 중 팝콘을 우적우적 먹는 관객이 가끔씩 눈에 띄었다. '영화관에서 오페라를 보며 팝콘 먹어도 되나요?' 이런 질문은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에게 물어봐야 할 듯하다. 애매하다.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려는 어떤 관객에겐 그 행위나 소리가 불쾌할 것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아직 관람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음료수를 마시는 건 괜찮지만 팝콘은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극장에서 하는 오페라가 익숙치 않은 탓인지 'The Met : Live in HD'의 공연 안내 브로셔가 잘 준비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극장 직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듯 했다.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실황 중계의 경우 자막 없이 화면만 틀어준 작품도 있었다. 상영이 일주일에 2번 정도에 불과한 것도 아쉽다.
오페라 초보자라면 베어홀을 찾는 게 좋다. 해설자가 설명을 곁들인 하이라이트로 2시간 내에 상영을 끝마친다. 이번 달 14·20일엔 메트 버전의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를 만날 수 있다. 중상급자면 메가박스로 가야 한다. 전막 상영을 놓칠 수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