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7전 8기 끝에 감격의 창단 첫 승



"날이 스산한데…."

LG와 NC의 경기를 앞둔 11일 잠실구장. 백순길 LG 단장이 더그아웃에 나와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이날 잠실에는 오후 3시30분까지 약한 비가 내렸다. 매서운 바람까지 함께 몰아치면서 체감온도는 더 낮게 떨어졌다. 신생구단 NC의 창단 첫승 제물이 될 것을 걱정했을까. 백 단장은 "날이 참 궂고 스산하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야구하면 다칠 수 있는데…"라며 한숨을 삼켰다. 앞선 두 경기에서 이기며 이미 이번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으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NC가 LG를 4-1로 꺾고 역사적인 창단 첫 승을 거뒀다. 지난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롯데와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 후 열흘째, 7연패 끝에 거둔 귀한 승리였다. LG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마침내 꿈을 이뤘다.




단 1승을 향한 험난한 여정

지난 열흘이 참으로 험난했다. 과거 신생구단들은 NC보다 빨리 첫승을 거뒀다. 김경문 NC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1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입맛을 다셨다. 수장뿐만이 아니었다. NC는 이날 1회 선제 2득점했지만, 4회와 5회 LG에 역전 주자를 내보내며 진땀을 흘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NC의 한 직원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경기를 지켜볼 수가 없다"고 했다.

역사적인 승리를 지켜본 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300여 명의 NC팬들이 찾았다. 창원이 고향인 신한연(31·회사원)씨는 "창단할 때부터 고향팀인 NC를 응원했다. 그동안 연패가 계속되면서 마음이 아팠다. 경기장을 찾은 날 첫 승리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박준태(21)씨는 "지난해 NC가 퓨처스(2군)리그 경기를 치를 때부터 팬이었다. 그동안 연패 행진을 했어도 걱정하지 않았다. 역사적인 승리를 지켜볼 수 있어 행운이다. 연패 뒤에는 승리가 있다. 앞으로 연승 행진을 쭉이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학의 호투와 탁월한 견제실력

창단 첫승의 주역은 선발 투수 이재학(23)이었다. 2010년 두산에서 데뷔해 첫해 1승1패를 기록한 사이드암 이재학은 2011년 2차 드래프트로 NC에 입단했다. 두산 시절부터 함께했던 김경문 감독이 있었기에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는 다승(15승)과 평균자책점(1.55)·탈삼진(100개) 1위에 오르며 팀의 4선발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첫 등판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재학은 이날 6이닝 7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창단 첫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과 투심을 고루 섞으며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특히 팀이 2-0으로 앞선 3회 말 1사 후 양영동과 조윤준에게 시속 142㎞ 직구와 125㎞ 체인지업을 던져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압권은 '대도' 이대형을 견제로 잡아낸 4회였다. 볼넷을 골라 출루한 이대형은 리드 폭을 넓게 잡고 NC 배터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재학은 1볼 2스트라이크에서 1루수 조영훈에게 재빨리 견제구를 던졌다. 이대형이 슬라이딩을 하며 귀루했지만, 박근영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정진식 NC 전력분석팀 과장은 "이재학은 세트 포지션에서 견제를 하기 위한 턴 동작이 상당히 빠른 편이다. 도루왕 출신인 이대형을 잡아낸 후 이재학의 구위가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재학은 "편안한 마음으로 과감하게 던지려고 했다. 팀의 첫 선발승을 거둬 행복하다. 그동안 격려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밝게 웃었다.

방망이도 쉴 새 없이 터졌다. NC는 이날 12안타를 몰아쳤다. 결승타는 1회 차화준이 기록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실책은 단 한개도 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1승의 귀중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어제(10일) 경기부터 선수들이 여유를 갖고 경기를 하는 것 같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재학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고, 모두 집중해서 수비를 해줬다. 앞으로 선발투수들이 로테이션을 잘 지켜준다면 연승도 가능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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