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류현진(26·LA 다저스)이 과연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무덤과도 같았던 캠든야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시간)과 21일 등판을 놓고 혼선을 빚었지만 예상됐던 대로 20일 등판이 확정됐다. 상대 선발은 볼티모어 에이스 제이슨 해멀(31)이다. 당초 대만 출신 2선발인 천웨인(28·21일 등판)이 유력했지만 하루 차이로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국가 간 자존심이 건 등판이라는 부담을 덜었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경기가 열리는 볼티모어 홈 구장 캠든야즈다. 역대 7명의 한국인 투수가 등판했지만 대부분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구장이다.
▶한국인 투수들에게 재앙
캠든야즈에서의 가장 많은 등판 기록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 투수는 김병현(34)이다. 하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역대 5경기 등판해 9⅔이닝 동안 12실점(8자책점)하며 평균자책점이 7.45에 머물렀다. 홈런도 2개나 허용했고, 장기인 탈삼진은 3개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서재응(36)도 마찬가지다. 통산 1경기에 나와 3이닝 6피안타 5실점(5자책)하며 무너졌다. 백차승(33)도 1경기 등판 기록이 있지만 1이닝 2피안타 3실점(3자책)으로 좋지 못했다. 서재응은 1개, 백차승은 2개의 홈런을 내주며 경기를 힘겹게 풀어 나갔다.
볼티모어와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인 보스텀에서 잠시 뛰었던 조진호(38)도 캠든야즈에서 4⅓이닝 동안 6피안타 7실점(7자책점)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김선우(36)는 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86(7이닝 3실점)을 기록했지만 안타를 10개나 허용하며 타자을 압도하지 못했다. 한국인 투수 중 박찬호(40)만 유일하게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1이닝 밖에 투구하지 않았다.
▶왜 어려운 곳인가
류현진이 등판한 지난 세 번의 경기 중 원정은 애리조나전(4월14일)이 유일했고, 6이닝 3실점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당시 투구 내용이 호평을 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경기가 열린 체이스필드가 타자 친화적 구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든야즈는 체이스필드보다 득점에 대한 파크 팩터(PF·Park Factor)가 더 높다. 수치가 높을수록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을 뜻하는 득점 부분 파크 팩터에서 체이스필드는 1.171로 리그 6위, 캠든야즈는 1.173으로 5위다.
캠든야즈는 왼쪽펜스가 101m지만 오른쪽펜스가 97m로 짧아 특히 왼손타자들을 주의해야한다. 실제 볼티모어는 팀 내 홈런 1위인 크리스 데이비스(27·타율 0.349, 6홈런 19타점)와 프랜차이즈 스타인 닉 마카키스(30·타율 0.315, 2홈런 5타점), 준족 네이트 맥크라우스(32·타율 0.268, 3도루) 등 왼손타자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캠든야즈에서 경기를 주로 하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라이벌팀들이 선발 라인업에 왼손타자를 중점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구장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류현진의 등판이 기대되는 이유
캠든야즈에 등판한 역대 한국인 투수 중 왼손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봉중근(33)을 비롯해 구대성(44)·이상훈(42)까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11승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왼손투수 천웨인도 홈 구장인 캠든야즈에서 6승을 따내며 선전했다. 247승으로 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인 왼손 앤디 페티트(41·뉴욕 양키스)도 개인 통산 원정 구장 중 2위에 해당하는 16승(4패)을 캠든야즈에서 기록했다. 역대 한국인 왼손투수 중 캠든야즈에 등판하는 첫 번째 주인공 류현진의 등판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