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오상진(33)은 자유로워보였다. MBC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버리고 프리랜서 선언을 한지 2달.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Mnet '댄싱9'의 MC 자리를 꿰찼고 5월 9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49회 백상예술대상의 진행도 맡게 됐다.
퇴사후 '백수' 생활이 길어졌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기대 이상으로 일이 잘 풀리고 있는 덕분인지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넘쳤다. MBC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버리고 나왔는데도 '야생'에서 벌이게 될 생존경쟁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은 듯 했다.
"유명 MC들과의 대결구도를 떠올리거나 혼자 돋보이겠다는 생각은 지난 8년간 방송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가져본 적 없다"는게 오상진의 설명. 튀어나오기보다 조용하게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게 오상진의 '방송관'이었다.
오상진과의 취중토크는 제대한 복학생들과의 술자리 같았다. 여러 경험을 쌓고 다시 시작하는 학창생활에 대한 설레임과 각오를 다잡은 복학생 같았다.
▶류승룡과 호형호제, MBC 사표 제출 직전까지도 고민
-인도네시아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면서요.
"네, 어제 한국에 돌아왔어요. 자카르타에서 5시간 정도 더 들어가는 곳에 족자카르타라는 지역이 있어요. 활화산이 있는 지역인데 날리는 화산재들이 건축자재로 쓰인다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종일 주워 팔아봐야 1500원 정도 밖에 안 되더라고요. 일단 그 일을 도왔어요. 그리고 산간 오지마을로 넘어갔는데 거기 아이들이 모여서 FM방송을 하고 있더라고요. 라디오 DJ를 2년간 했던 경력을 살려 방송하는 법을 지도해줬죠. 케이팝 CD를 선물로 줬는데 거기서도 꽤 인기가 좋더군요.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참 많이 배우고 옵니다."
-소속사의 대표스타 류승룡씨와는 많이 친해졌나요.
"호형호제하죠. 얼마전 SBS '땡큐'를 찍을 때도 촬영이 끝나면 근처에서 만나곤 했어요. '땡큐' 녹화현장이 순천이었고 마침 승룡 선배도 영화 '명량-회오리 바다' 촬영 때문에 근처에 있었거든요. 일을 하면서 연기자들과 만날 기회가 참 드물었는데 소속사에 들어와 연기자들과 만나보니 참 좋더라고요. 특히 우리 회사 소속 연기자들은 소탈해서 편한 것 같아요. 박지영·류현경·조은지 등 소속 연기자들과 함께 매니저없이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어요. 제가 발권부터 체킹까지 매니저 노릇을 톡톡히 했죠."
-소속 연기자들끼리 단합이 잘되는 편이네요.
"누군가의 생일이면 항상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더라고요. 얼마전에는 류현경의 생일이었는데 그때 저도 가서 풍선 좀 불어줬죠. 조은지가 영어에 관심이 많다길래 잘 아는 강사를 소개시켜주기도 했어요."
-MBC 파업 후 한직에 머무는동안 어떤 심경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억울함이나 분노를 느끼기보다 그 시기를 통해 많이 배운것 같아요. 나 자신에 대해 책임져야하는 시기라 생각해 잘 보내려 노력했죠.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했어요. 스스로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죠. 당시 '우리말 나들이'의 PD 역할도 했는데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보면서 방송에 대해서도 많은걸 알게 됐어요. 1년 4개월 정도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었는데 종종 TV를 볼때마다 '저 일을 할때가 제일 재미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저기 있어야하는데'가 아니라 '저 때가 재미있었다'라는 생각을 한거죠. 그만큼 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거예요."
-사직서 내기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겠어요.
"최후의 순간까지 고민했어요. 모든 것들이 신경쓰이더라고요. 과연 내가 대중이 원하는 진행자인가하는 걱정이 앞섰죠. 솔직히 그건 지금도 모르겠어요. '댄싱9'이란 프로그램의 고정MC가 됐지만 본격적으로 방송이 시작되는건 7월이예요. 그때 평가를 받아봐야 알겠죠."
-퇴사 이후에도 동료들을 자주 만나는 편인가요.
"네. MBC PD·아나운서들과는 항상 편하게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베스트 프렌드'인 전종환 기자와 문지애 부부와는 내일도 만나기로 했어요. 문지애 아나운서가 퇴사했을때도 통화를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죠. 전종환에게 전화해 '잘 챙겨줘라'는 말을 해주기도 했어요. 막상 퇴사하고 나니 참 좋은 사람들과 8년간 재미나게 일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리는 달인 수준, 마지막 연애는 2년전
-바이올린을 잘 다루시던데 악기는 몇 종류나 배웠나요.
"바이올린이 전부예요. 9년 정도 배웠죠. 순전히 어머니의 의지였어요. 바이올린 켜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으셨던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보면 덕분에 좋은 개인기 하나를 갖추게 됐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어릴때는 참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배워두길 참 잘한 것 같아요."
-대학때부터 줄곧 자취생활을 했죠. 요리 좀 하시겠어요.
"엄마들이 하는건 웬만하면 다 할줄 알아요. 갈비찜부터 잡채, 닭볶음탕 등 어지간한건 다 만듭니다. 조미료 안 쓰고 육수맛을 베이스로 꽤 빠르게 요리를 해요. 물론, 처음엔 찌개 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찹스테이크 하나 해먹겠다고 오전에 장보고 와서 요리를 시작했다가 오후 4시가 다 돼 끝낸 적이 있어요. 그뒤로 요리 프로그램을 4년 정도 진행하는 동안 맛에 대해서도 좀 알게 됐고 차츰 할줄 아는 요리를 늘려가다보니 이 정도까지 오게 됐네요. 유학갔다 온 여동생도 요리를 잘해요. 요즘 둘이서 집에 있으면 꽤나 훌륭한 요리들이 툭툭 튀어나오곤 해요."
-식기도구에도 관심 많겠네요.
"당연하죠. 주방이 아주 화려합니다. 각종 명품 식기들과 예쁜 그릇들이 즐비해요. 하루 아침에 쌓인게 아니예요. 수년간 하나씩 장만해놓은거죠. 해외출장을 갈때 처음엔 술이나 담배 등을 사다가 나중엔 접시 등을 사오곤 했어요.(웃음)"
-아나운서 시절에 소개팅이나 맞선 제의도 많았죠.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았어요. 여자 쪽에서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상대가 방송인이다보니 만남을 이어가는게 힘들거라 생각했나봐요."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나요.
"2년 정도 됐어요. 편하게 친구들과 함께 만나기도 하고 둘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다행히 열애설이 나오진 않았네요. 굳이 여자친구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이상해 가만히 있었을 뿐이예요. 1년 정도 만난후 헤어지게 됐어요. 방송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결혼은 언제 하실 생각인가요.
"글쎄요. 지금은 회사를 나와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라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네요. 장인어른한테 딸 내놓으라고 말하기 민망한 입장이잖아요.(웃음)"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나요.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약간 조바심이 나기도 해요. 친한 친구들이 이미 결혼을 해 4~5살 되는 아이의 아빠거든요. 나중에 내가 아무리 빨리 아기를 낳는다고 해도 그건 따라잡기 힘들거 같아서 아쉬워요. 이상형은 대화가 잘 통하는 여자예요. 섹시·귀여움 둘 다 좋고요, 작은 것 보단 키가 좀 큰 여자가 좋아요. 외모도 좀 보는 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