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좋은 서산에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 박정진(37·한화)의 목소리는 어둡지 않았다. 답답한 속마음과는 달리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려는 뜻이 느껴졌다.
박정진은 지난 3시즌 동안 20세이브 34홀드를 거둔 한화 불펜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서산에 위치한 2군 전용구장에 머무르고 있다. 재활군에 편성돼 경기에 나서는 대신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박정진은 "근력 프로그램과 러닝 등을 하고 있다. 공을 던진 지는 열흘 정도 됐다"고 상태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개인훈련을 하면서 다소 오버페이스한 게 문제였다. 박정진은 "이두박근 등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엑스레이)사진촬영 등을 해도 특별히 이상한 곳은 없는데 통증이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선 좋아져서 시범경기 막바지쯤 던지려고 했는데 다시 나빠졌다.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재활군에 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없는 사이 한화는 개막 13연패를 기록했다. 16~18일 NC와의 3연전을 모두 이기며 연패에서 벗어났지만 위기 상황인 것은 변함이 없다. 평균자책점 6.25로 최하위에 머무른 마운드는 특히 심각하다. 선발진의 잇단 붕괴 속에 파격적인 투수 운용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선수들의 부담은 커져만 가고 있다. 마무리 송창식(28)은 10경기에서 15⅓이닝을 소화했을 정도다. 박정진의 공백도 점점 크게 느껴진다.
팀의 추락을 지켜봐야만 했던 박정진의 마음은 갑갑했다. 그는 "솔직히 불편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나도 모르게 TV를 보다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했. 그만큼 미안함도 컸다. 박찬호(40)가 지난해 은퇴함에 따라 그는 투수조 최선참이 됐다. "선수들한테 연락을 하긴 했는데 미안했다. 내가 있는다고 꼭 이기는 건 아니지만 힘이 되주지 못했으니까… 주장 (김)태균이가 참 힘들어했다." 팀이 연패를 끊었지만 여전히 그는 여전히 동료들에게 빚을 진 느낌이다. 그는 "투수들이 힘들 때다. 하지만 팀을 위해선 이겨내야 하니까 후배들에게 전화로 힘을 내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정진은 "통증이 없다면 다음 주면 불펜에서 던질 것 같다. 그 다음 주에는 3군을 거쳐 2군 마운드에서 던질 것 같다. 2군 경기를 3~4번 뛰면 1군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현재 상태를 귀띔했다. 순조롭게만 진행되면 5월 중 복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조급한 마음.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는 "복귀날짜는…트레이너와 정민철 코치님과 상의를 해가며 해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완벽한 몸 상태로 올라가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캠프에서도 '쉬다 하다 쉬다 하다' 그러다가 아팠다. 내가 안 아파야 팀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마음은 천천히, 하지만 빠르게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