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텐센트 신작 발표회에서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블레이드앤소울`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유명 게임회사들이 주력작을 들고 중국 게임회사 텐센트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지 파트너가 있어야 서비스가 가능한데 텐센트가 선호 1순위다. 텐센트가 중국 최대 게임회사라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성공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텐센트는 어느새 '슈퍼갑'이 됐다. 한국이 아무리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고 해도 텐센트 앞에서는 힘없는 '을'일 뿐이다. 일부에서는 텐센트로의 쏠림 현상이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엔씨·엑스엘 등 너도나도 텐센트로
지난 18일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에서 텐센트의 신작 발표회인 '게임즈 업 2013'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텐센트가 올해 선보일 신작에 포함된 한국 게임들이 소개됐다.
국내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명가인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리니지' 성공신화를 만든 송재경 대표가 세운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CJ E&M 넷마블의 '미스틱파이터'와 레드덕의 '메트로컨플릭트', 올엠의 '크리티카' 등도 있다. 이들은 테스트 일정이 공개되면서 중국 진출을 위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특히 블레이드앤소울과 아키에이지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게임들로 다음달 7일과 22일 각각 중국에서 첫 테스트를 진행한다.
텐센트 신작 발표회에서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가 소개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블레이드앤소울을 포함해 '리니지'와 '리니지2' 등 자사의 대표작 3종을 텐센트에 맡기게 됐다. 엑스엘게임즈는 송재경 대표의 첫 작품을 텐센트를 통해서 중국에 선보인다. 국내 4대 메이저 게임회사 중 하나인 넷마블도 처음으로 텐센트와 거래하게 됐다. 텐센트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등 기존에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까지 포함하면 국내의 주요 게임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웬만한 한국 화제작 및 인기작을 싹쓸이하게 됐다. 한국 게임업계가 텐센트라는 그물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8조원 중국 게임시장 절반 장악
국내 유력 게임회사들이 텐센트를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내 시장은 답보 상태여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에서 단일 게임시장으로 가장 큰 중국에서 텐센트가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PC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만 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 1998년 설립된 텐센트는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QQ와 포털사이트 QQ닷컴으로 성장했으며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샨다·넷이즈 등을 제치고 1위 업체로 도약했다. 지난해 온라인 게임 부문의 연간 매출만 4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1월에는 중국판 카톡으로 불리는 위챗을 내놓아 현재 3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텐센트 신작 발표회에서 공개된 넷마블의 `미스틱파이터`
텐센트는 국내 온라인 게임을 크게 성공시킨 경험도 있다. 국내에서는 실패했던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국민 FPS게임'으로 대성공을 거뒀으며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중 영업이익이 무려 1346억원이나 된다.
2007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도 동시접속자수가 300만명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 덕분에 개발사인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 국내 게임사가 텐센트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텐센트 쏠림에 부작용 우려도
국내 게임사들이 텐센트에 줄서는 것은 지급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게임회사들의 꿈인 중국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텐센트 내에서 국내 게임사들끼리의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다른 게임에 밀려 제때 론칭하지 못하는 등 부작동도 제기되고 있다. 텐센트와 협상한 경험이 있는 한 게임사 대표는 "계약할 것처럼 이것저것 보자고 해놓고 결국 안했다"며 "기획력 등 중국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한국만의 노하우를 텐센트에 빼앗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