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수정(사진=일간스포츠DB)
임수정이 197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변함없는 ‘품격’을 자랑한다. 그의 4년만 드라마 복귀작 ‘파인: 촌뜨기들’을 통해서다.
오는 16일 첫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 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은 1977년, 바다 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며 ‘카지노’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 ‘멜랑꼴리아’(2021) 이후 돌아온 임수정은 전작에서 본 적 없는 야욕을 예고해 눈길을 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 양정숙은 극중 신안 앞바다에 매장된 고가의 유물들을 캐기 위해 돈을 대는 흥백산업 천회장(장광)의 새 안주인이다.
양정숙은 여상-경리 출신이지만 워낙 셈에 밝아 천 회장의 눈에 들면서 사모 자리를 꿰찬 나름의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유물을 밑천 잡아 큰돈을 당기고자 천회장이 자금을 대고 있는 주인공 오관석(류승룡) 패거리를 찾아갈 정도로 행동력도 있다.
대표작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이후 특유의 청초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임수정은 이번 ‘파인’에선 당돌하다. 이는 그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2019)에서 보여줬던 강단 있는 여성상과도 또 다르다. ‘파인’의 양정숙은 당대 여성들보다도 적극적으로 욕망하기에 남성들의 흠모와 견제를 동시에 받는다. 이런 새로운 결이 임수정의 출연 결심으로 이어졌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임수정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살아오다 점점 폭발하는 인물로 외형적인 표현부터 내면의 디테일까지 공들였다. 캐릭터와 완전히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극중 도굴을 위해 목포에 모인 전국 각지 촌뜨기들은 생계를 위해서라면 범죄까지 손대는 소시민 남성들이지만 이들 위에 군림하는 양정숙의 아우라는 임수정이 극대화한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투박하게 극화된 원작 그림체와 달리, 임수정이 형성하는 첫인상부터 다르다. 1970년대 유행했던 한껏 부풀려진 보브컷과 한껏 성난 각도의 아치형 눈썹이, 우아한 카리스마를 예상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붉은 입술을 통해 표현된다. 고상한 말투로 “도둑질하려면 크고 빠르게 하고 떠야지”하고 말하듯 그의 본성은 오관석 일행과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의 외양과 대비돼 훨씬 천박하게 다가온다.
출세 야망만큼 위험한 로맨스도 그의 몫이다. 천회장은 모르는 그의 운전기사 임전출(김성오)과의 진한 사연은 물론, ‘비즈니스’ 차 선물과 함께 온 오관석 조카 오희동(양세종)과의 “요즘 애들 연애” 같은 놀음도 벌인다. 전작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자신을 유혹하려 했던 류승룡과 13년 만의 재회도 비교하면 재밌을 요소다.
최근 ‘미안하다 사랑한다’ 감독 재편집 리마스터링판이 공개되면서 임수정의 ‘인생 캐릭터’ 송은채 스타일링이 ‘Y2K 패션’으로 복고 유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파인’에서 선보일 70년대 사모님 스타일링도 확실한 볼거리다. 양정숙만큼이나 화려한 아지트 서울 양장점에서 남몰래 벌어지는 뜨거운 불장난도 도파민 포인트다.
이처럼 임수정은 품격 없는 인물마저 고품격으로 쌓아 올려 대체 불가함을 증명할 예정이다. ‘파인’ 강윤성 감독은 “임수정은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정말 탁월하다. 여러 가지 성격들을 너무 과하지 않게 정말 있는 사람처럼 묘사를 잘해주었다”고 활약에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