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정규리그 10라운드까지 6승4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0경기에서 6골을 내준 포항은 최소실점 부문에서도 굳건하게 1위를 지키고 있다. 포항은 경기당 실점이 0.6점에 불과하다. 포항은 지난 5일 성남 일화와의 경기(포항 1-0 승)에서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다.
3년 숙성된 강철 방패
포항 수비의 중심에는 중앙 수비수 김원일(27)과 김광석(30)이 있다. 이름의 한 글자씩을 따서 '원석 라인'으로 불린다.
'원석'이란 별명처럼 3년 전만 해도 이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불과했다. 김원일은 현역으로 군대(해병대)를 다녀와서 2010년 포항에 입단한 풋내기였다. 김광석은 2003년부터 포항에서 뛰었지만, 2008년(21경기)을 제외하면 20경기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사실상 로테이션 자원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2011년 팀을 맡은 후 과감하게 이 둘을 중앙 수비 조합으로 썼다. 당시 포항에는 국가대표 김형일(29·상주)이 있었지만 부상이 잦았다.
'원석 라인'은 2012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발이 느린 외국인 수비수 조란 렌둘리치(29) 탓에 전체 수비진의 안정감이 떨어졌고, 1-3 패배 직후 5-0 승리를 거두는 등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다.
이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 치른 '특훈'을 통해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포항은 겨울 전지훈련 동안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던 팀들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렀다. 크로아티아의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와 세르비아의 FK파르티잔 등을 상대했다.
김원일은 "동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연습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UEFA 챔스에 나가는 팀들을 꺾으며 K리그 수준이 높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떠올렸다.
'신토불이 축구'의 강점
포항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분명 공격에서는 약점이 생겼다. 포항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중국, 우즈벡 팀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게 오히려 강점이다. 김원일은 "외국인 선수들은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선수들은 모두 수비에 적극적이다. 앞에서부터 막아주니 수월하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2011년 포항에 와서부터 강조한 콤팩트(촘촘한) 축구가 자리 잡았다. 그때부터 김원일과 김광석의 조합을 시험하면서 지켜봤다"면서 "올시즌 서로 협력하며 상대 수비를 잘 막아내 든든하다"고 흐뭇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