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양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제품 밀어내기와 영업사원의 대리점 사장에 대한 욕설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음료 업체들의 공정거래 및 상생경영 평가가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사회책임투자 및 지속가능경영 관련 분석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코스피 음식료 업종에 편입된 종목의 공정거래 및 상생거래 점수를 매긴 결과 롯데제과가 100점 만점에 79.94점을 받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오리온과 삼양식품은 최저등급을 기록했다.
롯데칠성, 빙그레 가 각각 47.15점, 45.03점을 받아 롯데제과의 뒤를 이었다. CJ제일제당, 농심 등이 각각 44.66점, 43.58점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롯데제과 등은 공정거래 관련 임직원 교육 등 활동을 펼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협약 등을 운영하는 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최근 막말 파문으로 문제가 됐던 남양유업의 SCM 점수는 27.03점에 불과했고 동서, 오뚜기 등은 25.96점을 받아 평균을 밑돌았다. 삼립식품 , 삼양식품 , 오리온 등은 24.90점으로 최하 점수를 기록했다.
식품업계 중 공정거래 및 상생경영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 기업은 롯데제과, 롯데칠성, 빙그레였다.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 중요성에 대한 임직원 교육 및 인식제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윤리사무국이나 자율준수사무국과 같은 공쟁거래 촉진을 위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롯데제과, 롯데칠성, 빙그레, CJ제일제당 4개 기업은 공정거래자율준수협약(Compliance Program)을 운영 중에 있었다.
그러나 하위권으로 처진 남양유업, 동서, 오뚜기, 삼립식품, 오리온 등은 공정거래 준수를 위한 조직이나 시스템, 관련 프로그램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기업의 공정거래 및 상생경영 평가는 해당 기업이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와 거래관계에서 윤리사무국이나 자율준수사무국과 같은 공쟁거래 촉진을 위한 조직이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지, 또 이를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505곳에 기업의 공정거래·상생경영 정도를 평가했는데 . 평가대상 기업 505개사의 SCM 평균점수는 35점이었다.
한편 서스틴인베스트는 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여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비재무적 성과지표(ESG,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등급도 함께 공개했는데 식음료업체 중 A등급 이상을 받은 업체는 롯데제과밖에 없었다. B등급을 받은 업체도 롯데칠성, 빙그레, CJ제일제당, 롯데삼강 등 4개 기업에 불과했으며 D등급 이하를 받은 업체가 6개나 됐다.
특히 식음료 기업들은 비재무적 성과지표에서 일감몰아주기 측면에서 취약성을 보였다. 일례로 남양유업의 경우 홍원식 회장의 동생 회사인 회사인 서울광고가 최근 3년 매출 비 99% 이상을 형님 회사인 남양유업에서 수주하고 수주하고 있었다.
국내 라면·스낵업계 1위업체인 농심도 계열회사 율촌화학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밖에 삼양식품도 계열사인 삼양농수산에 라면 스프의 원재료 공급 및 완제품 판매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국내 식음료 시장은 이미 공급 포화 상태로 성숙기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약해지면서 제품차별화, 브랜드인지도 제고, 원가 절감 등의 방식으로 영업마진을 확대하려는 노력 대신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협역업체를 쥐어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남양유업 사건은 그동안 당연시 되어왔던 식품업계의 부당한 거래 관행과 시스템의 일부가 드러난 것"이라며 "관련 업계 전반에 걸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경영진의 인식 재고와 개선을 위한 윤리 교육 및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
Tip
비재무적 성과지표(ESG 등급)란?
기업의 성과를 측정함에 있어 재무적 성과를 제외한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기여(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분야에서의 기업성과를 가리킨다. 재무적인 요소에서 드러나지 않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계량화해 기업의 지속 경영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로, 유엔 사회책임투자 원칙(UN PRI)에서 투자의사 결정 시 고려하도록 하는 핵심 평가 요소다. 유럽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거래소 상장 규정에 비재무적 정보 공시를 제도화하고 있다.
공정거래 및 상생경영 평가기준은?
기업들이 협력업체 및 대리점과의 거래시 공전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율준수프로그램이나 윤리사무국 같은 조직이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했다. 또 공정거래의 중요성에 대한 임직원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교육이 이뤄져 있는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적이 있는지, 해당기업에 대한 협력업체의 평판 등을 반영해 100점을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