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도 사제간의 정이 오갔다. 15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넥센 선수단은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염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게 상품권을 선물했다. 염 감독은 "이겨주는 게 더 고맙다. 승리를 원한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염 감독 역시 스승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는 "김시진 감독님을 비롯해 스승들께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넥센의 감독과 작전·주루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인연의 시작은 훨씬 오래됐다. 김시진 감독은 1993년 태평양 투수 코치를 맡았고, 당시 염 감독은 태평양 소속 선수였다. 지난 2007년 염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 수비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나섰던 팀은 김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현대였다. 염 감독은 "2011시즌 뒤 여러 곳에서 제의를 받았지만 김시진 감독님이 계셨기 때문에 넥센으로 왔다"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땐 김 감독님께 연락해서 상의도 많이 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넥센에서 감독직 제의를 받은 염 감독이 가장 먼저 연락을 한 사람도 김 감독이었다. 그는 "김 감독님이 가장 많은 지지를 해주셨다. '네가 해라. 네가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응원해주셨다"고 말했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스승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올 시즌 넥센의 돌풍에 대해 설명할 때도 염 감독은 "김시진 감독님께 항상 감사하다"며 공을 돌렸다. 지난해까지 넥센을 이끌었던 김시진 감독이 다져놓은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지난해 우리 팀이 1위에 오르는 등 선전하면서 선수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박병호라는 4번 타자도 김시진 감독이 만드신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김시진 감독의 믿음 속에 4번 타자로 출장하면서 지난해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염 감독은 "트레이드는 구단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도, 선수를 키워내는 건 현장의 몫이다. 선수를 키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병호를 그렇게 성장시키신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며 치켜세웠다. 박병호 뿐만 아니다. 염 감독은 "강윤구, 김영민, 한현희 등 올 시즌 우리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는 선수들도 지난 시즌 경기에 나가면서 경험을 많이 쌓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다"며 "나는 퍼즐만 끼워 맞추고 공짜로 얻은 격이다. 운이 좋은 감독이다"며 웃었다.
박병호 역시 김시진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는 "스승의 날인걸 깜박하고 아직 연락을 못 드렸다"며 쑥스러운 듯 웃은 뒤 "김시진 감독님과 박흥식 롯데 타격 코치님께서 내가 트레이드된 후 성장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꼭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