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7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이 지난 8일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27년 동안 맨유를 이끌고 정상을 지켰다. 그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마지막에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뒤 후임자 데이비드 모예스(50)에게 물려주는 장면은 아름다운 그림이다.
나는 '명장' 퍼거슨을 만들어낸 맨유 구단을 칭찬하고 싶다. 1986년 부임한 퍼거슨 감독은 3시즌 동안 우승컵을 단 한 개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맨유는 믿고 기다렸다. 팬들의 항의에도 감독을 밀어줬다고 한다. 이 기다림이 있었기에 퍼거슨의 영광이 있었다. 퍼거슨이 지난 27년간 맨유에서 각종 대회를 휩쓸며 들어올린 우승컵이 38개에 이른다.
세계적인 명문팀을 보면 한 번 선택한 감독, 선수를 믿고 기다린다. 바이에른 뮌헨(독일)이나 유벤투스(이탈리아) 등 명문팀은 축구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맨유 역시 찰턴이나 조지 베스트 등 구단 출신 선수-감독들이 계속 경기장을 찾았다. 이들은 애정을 갖고 경기장에 찾아 자문을 했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게 역사고 전통이다. 명문팀과 그냥 평범한 구단의 차이는 이런 데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8년 동안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던 나도 한국 축구에서는 굉장히 축복 받은 감독이다. 장수 기록으로는 '라이벌' 김정남 전 울산 현대 감독(8년 4개월 9일)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K리그 감독의 평균 재임기간은 767일, 약 25개월이다. 2년을 조금 넘기는 정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 출범 이후 30년 동안 102명의 감독이 144번의 감독 계약(대행 계약 포함)을 했다. 1년을 못 채운 경우가 60번(약 41%), 2년 안에 그만둔 경우는 85번(59%)이나 된다. 3년 이상 계약이 이어진 경우는 31차례에 그쳤다. 퍼거슨 감독이 한국에서 지도자를 했다면 초반 3년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을까.
한국은 좋은 지도자를 내몰고 있다. 지금 K리그 클래식 팀들을 보라. 지난해 K리그에서는 16개 팀 중 10개 팀 감독이 바뀌었다. 올 시즌에는 대구의 당성증 전 감독이 겨우 8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기술을 제대로 배우려면 연륜이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경험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없다.
한국 축구계에는 전통과 역사가 부족하다. 팀별로 감동과 스토리가 없다. 그런게 섭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