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15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0-2로 졌다. 22일 가시와 홈에서 2차전을 벌이는 전북은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전북은 2차전에서 세 골 이상 넣고 점수차를 두 골 이상 벌려야 8강에 오를 수 있다. 만약 2-0으로 이기면 동률이 돼 연장전 후 승부차기를 한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전북은 무조건 1골은 넣을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점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김상식마저 가시와전에서 코뼈 부상을 당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래도 전북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2006년 이미 궁지에 몰렸던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전북은 2006년 조별리그부터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전북은 다롄 스더(중국)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이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이후 3골을 몰아치며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7개조에서 각 조 1위만 8강에 진출하고 지난 대회 우승팀인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가 8강에 자동 진출하는 시스템이었다.
8강 상대 역시 중국의 상하이 선화였다. 전북은 1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해 또다시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2차전 홈에서 4-2 대승을 거두며 또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중국 언론은 조별리그와 8강에서 중국팀을 상대로 연이어 역전 승부를 만들어낸 최강희 당시 전북 감독에게 '강희대제'라는 별명을 붙였다. 중국 청나라 황제의 이름을 빗대 최 감독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4강전에서는 이천수를 앞세운 울산을 만났다. 전북은 이번엔 홈에서 먼저 2-3 패배를 당했다. 서로를 잘 아는 상대인데다 2차전이 원정 경기라 전북의 역전승은 더이상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전북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2차전 4-1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알 카라마(시리아)를 1·2차전 합계 3-2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전북은 현재 미드필더 김정우·정혁과 수비수 김상식이 부상으로 빠져 힘겹다. 에닝요도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전북은 2006년의 좋았던 기억을 되새기며 또다시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