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넥센에는 '쉬어갈 틈'이 없다. 중심타선 못지 않게 뜨거운 하위타선이 무서운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염경엽(45) 넥센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성열과 유한준에게 포인트를 두고 있다. 이 둘이 해줘야 우리 팀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심타선을 받쳐줄 하위타선의 부진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넥센은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이른바 'LPG 타선'이 폭발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타력과 타점 생산 능력에서 어느 팀의 중심타선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엔 약점도 있었다. '중심타선이 강한 팀'이 아닌 '중심타선만 강한 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넥센이 기록한 팀 홈런 102개 중 이택근(8홈런·55타점)-박병호(31홈런·105타점)-강정호(25홈런·82타점)가 때려낸 것은 절반을 훨씬 넘는 64개(62.7%)였다. 팀 타점 509점 중 47.5%인 242점도 이들 3명에게서 나왔다.
중심타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보니 상대팀은 자연스럽게 '이택근-박병호-강정호'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들이 부진에 빠지면 공격의 물꼬가 막히며 팀 타선의 침체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넥센은 이택근과 강정호가 각각 부상과 부진에 빠지자 팀도 함께 하락세를 탔다.
올해는 다르다. 중심타선 활약에 하위타선의 맹타까지 더했다. 이택근(3홈런·20타점)-박병호(9홈런·35타점)-강정호(6홈런·26타점)로 이어지는 LPG 타선은 여전히 견고하다. 팀 홈런(36개)의 50%에 해당하는 18홈런과 팀 타점(242점)의 39.3%인 81점을 올렸다.
하지만 투수들은 LPG 타선을 만나 '고비'를 어렵게 넘기더라도 이성열(10홈런·22타점)-유한준(3홈런·21타점)-김민성(1홈런·19타점)으로 이어지는 6~8번을 상대해야 한다.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조정한 이성열은 '거포'로 거듭나며 홈런 2위(10개)에 올라 있고, 김민성은 득점권 타율 1위(0.467)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 주춤했던 유한준도 서서히 감을 찾으며 5월 19경기에서 타율 0.300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들 세 타자는 28일 현재 14홈런 62타점을 합작하고 있다. 팀 홈런과 타점의 각각 38.8%, 30%에 이른다. 지난해 타율 0.217로 8개 구단 중 꼴찌였던 하위타순의 타율도 0.266로 크게 올랐다. 중심타선 못지 않은 만점 활약이다. "넥센은 중심타선이 두 번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올 시즌 초 중심타선이 다소 부진했을 때도 하위타선의 맹타로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넥센이 '서로 믿는 선수'가 생겼다. 박병호, 강정호 등에 대한 믿음도 있고, 유망주로 평가받던 김민성도 자리를 잡으며 타선에서 힘을 실어 주고 있다"며 "홈런을 치는 타자와 짧게 치는 타자 등 다양하게 선수 구성이 된 덕분에 공격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