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이 어떤 색깔의 축구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령탑이 바뀌면 팀이 지향하는 플레이도 바뀌게 마련이다. 조광래 전 감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짧은 패스와 점유율을 중시하는 축구를 대표팀에 구현하려 했다. 이청용은 조 감독의 축구를 '만화 축구'로 정의했다.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최강희 감독은 롱볼 위주의 선 굵은 축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월드컵 최종예선 막판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으며 '뻥축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새로 부임한 홍 감독의 축구는 어떤 모습이 될지 축구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홍 감독이 현대 축구의 흐름에 부합하는 지도자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홍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실패를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축구의 흐름을 알고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 위원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소극적인 선수 교체, 단조로운 공격 루트로 어려움을 겼기도 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는 용병술도 성공적이었고 전방 압박, 세밀한 패스 등이 한층 나아진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홍 감독이 최강희 감독과는 차별화된 색깔을 보일 것이다. 특히 런던올림픽 영국과의 8강전에서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3선 간격 유지는 인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홍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를 집이라고 한다면 집을 만들 재료를 신중히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빠른 공수 전환과 강한 압박을 팀 컬러로 정착시켜야 한다. 공격진에서는 박주영(셀타 비고)·지동원(선덜랜드) 등을 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런던올림픽, 지동원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보였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홍 감독의 팀 장악력을 높이 샀다. 이 교수는 "홍 감독은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어떻게 해야 팀이 잘 돌아가는 지를 잘 알고 있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팀 플레이를 최우선시하고 규율을 강조하는 홍 감독의 리더십은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최근 국가 대표팀 내에서 해외파와 국내파가 갈려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어 홍 감독의 팀 장악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