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투수' 정영일(25)이 한국프로야구 2차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한다. 정영일은 4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지난 1일 일본 독립리그 카가와 올리브 가이너즈 측에 퇴단의사를 밝혔다. 내일(5일) 귀국할 예정이다.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정영일은 2006년 7월 계약금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받고 미국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 그는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며 동기생인 이용찬·임태훈(이상 두산)·김광현(SK)과 함께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2006년 4월 대통령배 경기고와의 경기에서는 13⅔이닝 동안 당시 국내 고교야구 최다 탈삼진(23개)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2의 박찬호'가 되겠다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고교 시절 혹사로 인해 오른 팔꿈치 통증에 시달린 그는 2008년 토미존 수술을 받고 재활에 몰두했으나 결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11년 5월 팀에서 방출됐다. 마운드에 오르고 싶어 한국에 돌아왔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국 프로구단 소속 선수로 등록한 사실이 없이 외국 프로야구단에서 활동한 선수는 한국 구단과 선수로서 2년간, 지도자로서 7년 간 입단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이후 한국 프로야구단에 선수로 입단하고자 할 때는 지명을 거쳐야 한다'는 규약에 발이 묶였다. 주저앉을 수 없었다. 한국 최초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 몸을 만들던 그는 지난 3월 카가와에 입단했다.
정영일은 "카가와 입단 초반만 해도 직구 구속이 시속 140㎞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146㎞에 그친다. 아직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앞으로 더 끌어올릴 생각이다"며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 등 변화구 제구력은 만족하는 편이다. 한국 팀에 소속돼 체계적으로 지도를 받는다면 예전의 강속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구위만 된다면 정영일에게 손을 내밀 구단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LG로 돌아온 류제국 선배가 호투하시는 모습을 봤다. 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부터는 고향 광주에 내려가 훈련에 들어간다. 기회를 주신다면, 고교시절 이상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영일은 삼성 외야수 정형식(22)의 형이기도 하다.
문정균 KBO 운영팀장은 "올해 2차 신인드래프트는 8월 26일에 열린다. 신청자는 한 달 전인 7월26일까지 최종 등록을 마쳐야 한다"며 "미국·일본·대만 등에서 활동한 선수는 최종 구단에서 방출되고 2년 뒤 한국에서 뛸 수 있다. 카가와는 독립리그에 속한 구단이라 예외이다. 2011년 5월 에인절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방출된 뒤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