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2013 동아시안컵(JTBC 단독중계)에서 사령탑 데뷔 무대를 치른다. 데뷔전은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경기다. 대표팀은 지난 17일에 소집돼 딱 사흘 동안 발을 맞춘 후 호주와 맞선다.
어깨가 무거운 데뷔전이지만, 홍 감독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바로 단기간에 팀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48시간 매니지먼트'에 대한 오랜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2010), 올림픽대표팀(2012) 감독직을 두루 거쳤다. 이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는 '48시간 매니지먼트'라는 이름의 단기 팀 운영 매뉴얼을 만들었다. 홍 감독이 2010년 P급 지도자 라이선스 교육을 이수할 당시 논문 주제도 '48시간 매니지먼트'였다. 홍 감독의 '48시간 매니지먼트'를 지켜보는 게 이번 동아시안컵의 또 다른 포인트다.
①분위기 장악
홍 감독이 팀을 만들어가는 첫 단계는 '분위기 장악'이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 당시 '슬로건 활용'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당시 홍 감독은 ▲자신감 ▲일체감 ▲희생정신 ▲냉정함 ▲책임감 등 다섯가지 덕목을 반복해 주문했다. A대표팀에 대해서는 하나로 뭉치자는 의미의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을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의 행동을 통일하는 규정을 만들어 일체심을 높이는 방법도 쓴다. 17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모인 선수들에게 정장 착용, 정문부터 도보로 진입, 오전 10시에서부터 정오 사이 입소 등을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②'기초부터' 전술 훈련
동아시안컵 대표 소집 첫날인 지난 17일. 홍 감독은 독특한 형태의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이전 대표팀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
이날 홍 감독은 한 시간 남짓 이뤄진 훈련 중 '수비 밸런스 훈련'에 절반 가까운 시간을 썼다. 4-2-3-1 대형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수비 위치를 정확히 잡을 수 있도록 돕는 훈련이다.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를 가정해서 팀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안정적인 수비대형을 갖추는 걸 목표로 한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압박 타이밍과 방향을 계속 수정해주면서 전술의 기본을 주입하려 노력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중·고등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기초적 훈련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K리거들조차도 낯설게 여기는 훈련이기도 하다. 김신욱(울산)은 "하나가 되기 위한 전술 훈련"이라고 정의했다.
세트피스 훈련 비중 또한 높다. 홍 감독은 세트피스 상황을 가정해 공격과 수비 모두 2~3가지의 패턴 플레이를 정해놓고 경기 중 활용한다.
③선발 멤버는 '철저히 실력순'
동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파주에 등장했다. 런던올림픽 코칭스태프로 활약했던 이케다 코치는 현재 항저우 그린타운(중국) 소속이지만, 팀의 양해를 구해 홍명보팀 첫 경기인 호주전에 대해서만 한국대표팀을 돕는다.
홍 감독이 이케다 코치를 부른 이유가 있다. 그는 경기 이틀 전 전술 훈련을 마무리하고 경기 전날에는 선수들의 컨디션만 살핀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이케다 코치가 조언을 한다. 런던올림픽팀 출신 선수들은 "홍 감독님의 눈이 객관적이라 선발 출장 여부에 대해 어떤 선수도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객관적인 선발 멤버 구성은 '48시간 매니지먼트'의 핵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