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현무(36)는 마치 성능좋은 제트엔진을 장착한듯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KBS 아나운서실에 사직서를 내고 프리랜서로 전향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지금, 지상파와 케이블을 누비며 '가장 바쁜 MC'로 활동중이다. JTBC '히든싱어' '미스코리아 비밀의 화원', MBC 에브리원 '오늘부터 엄마아빠', MBC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 tvN '택시' 등 출연중인 프로그램만 살펴보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 단순히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매번 빠른 적응력을 과시하며 맡은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해 '강호동·유재석의 뒤를 이을 재목'이란 말을 듣고 있다. 깐족거리며 상대를 들었다놨다하는 특유의 입담과 순간순간 빠르게 상황에 대처하는 재치가 MC전현무의 장점. 특히 '히든싱어'에서 자신의 주특기를 백분 발휘하며 주목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물 만난 물고기, 또는 '수트 입은 아이언맨'처럼 종횡무진 방송계를 누비고 다니는 전현무와 비오는 날 오후 강남의 한 주점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사실 전현무의 주량은 '저질'이다. 맥주 한 잔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취기가 돌아 애를 먹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술자리에서의 '테크닉'은 나름 예술이다. 술 취한 상대보다 오히려 더 즐겁게 떠들고 웃으며 분위기를 리드한다. 일간스포츠와의 취중토크에서도 마치 쇼를 진행하는듯 현란한 입담을 자랑했다.
▶술은 최대약점, 동기 최송현보다 못 마셔 민폐
-이렇게 술 못 마시는 분과 취중토크를 진행하는건 처음입니다.
"그러게요. 이거 다 마시면 네 발로 기어다닐겁니다.(웃음) 사실 술을 못 마셔 사회 생활에 불편이 많아요. 형님들이나 어르신들과 한 자리에 있을때 특히 그래요. 저 때문에 분위기 안 좋아질까봐 녹차나 탄산음료수라도 가져다놓고 마시면서 장단을 맞추려고 해요. 앞 사람이 잔을 비우면 신속하게 채워드리며 주도를 지키려고 노력하죠. 얼굴은 박스째 갖다놓고 마실것처럼 생겨놓고선 맥주 한잔에 골골거리니 괜히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최송현씨가 그러더라고요. 아나운서실 여자동료들보다 술을 못 마셔 심려를 끼쳤다고요.
"할 말이 없습니다. 동기중 이지혜·최송현·오정현 등 여자 아나운서 셋에 남자라곤 저 밖에 없었는데 매번 술 마실때마다 여자 동료들한테 부축받거나 심지어 업혀나오기도 했거든요. 한번은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에 취해서 다른 방에 들어가 잤던 적이 있어요. 제가 없어졌다고 동료들은 난리가 났었죠. 그런데, 제가 들어간 방에 있던 분들도 인사불성이 돼 처음보는 사람이 들어와 자든말든 신경도 안 썼어요."
-그나저나 이제 MC로 전업을 한 셈인데 호칭을 뭐라고 불러야할지 헷갈리네요.
"그런 말씀 많이들 하세요. 더 이상 아나운서는 아니고 그렇다고 '전MC'라고 부르기도 뭐하고. 그래서 '전 프로'라고 불러달라고 하고 있어요. 일하는만큼 '돈'을 벌어들이는게 '프로'잖아요. 그런 의미죠. 평소에도 '프리랜서 아나운서 아이돌'이란 뜻으로 '프아돌', 또 '아줌마계의 뽀로로' 등 다양한 수식어를 만들어 퍼트리고 다닙니다."
-굉장히 '물질 지향형'이네요. 어쨌든 아나운서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한테는 굉장한 '득'이죠. 제겐 굉장히 명예로운 호칭이거든요. 사실 아나운서 생활을 7년간 하는동안 정통 아나운서 역할은 1년도 채 안 했어요. 7년간 뉴스에 투입된게 3번 정도 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어쨌든 아나운서였다는 사실이 제 부족한 품위를 보완해주는건 사실이예요. 예능프로그램에서 까불거릴때도 '아나운서 출신'이란 수식어가 있어 그래도 아주 날라리로 보시진 않거든요."
▶'히든싱어' 이후 20대 여성 팬들까지 생겨
-프리랜서 전향 이후 팬층의 변화가 있다면.
"저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요. 20대 미혼 여성팬들이 생겼어요. 그동안 제게 20대 미혼여성들은 난공불락의 요새였거든요. 간혹 20대 여성들이 사인요청을 할 때에도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아하세요'라는 말을 붙여 실망스러웠는데 이젠 그런 일이 없어요. 이게 다 JTBC '히든싱어' 때문인 듯 해요. 남녀노소 할 것없이 누구나 즐길수 있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자연스레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작업에 동참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그런 과정에서 MC 전현무에게도 자연스레 호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히든싱어'의 어떤 점들이 현무씨의 진행방식과 잘 맞아떨어지는것 같나요.
"분명 '히든싱어'는 진정성이 있는 프로그램이예요. 하지만 그런 점만 강조하려했다면 차라리 저보다 다른 분들이 진행하는게 나았을 거예요. 진정성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잘한 재미를 줘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켜야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제가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끊임없이 원조가수들을 놀리고 모창능력자들을 긴장시켜야해요. 제가 또 사람 놀리는건 '국가대표급'이잖아요. 종종 '너무 과한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어쨌든 제 주특기와 프로그램의 성격이 잘 맞아떨어진건 사실이예요. MC와 프로그램 사이에도 궁합이란게 있는데 '히든싱어'와 제가 찰떡궁합인 셈이죠."
-자체적으로 판단할때 그동안 '히든싱어' 방송분중 아쉬웠던 적은 없나요.
"김종국씨 편과 백지영씨 편이 다른 방송분에 비해 약간 아쉬웠어요. 다른 가수들을 따라한 모창능력자들이 워낙 화제가 돼 상대적으로 약해보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춤까지 추며 분위기 뛰운다고 나섰던 거예요."
-시즌2에는 어떤 가수가 나옵니까.
"제작진이 제 입이 가볍다며 알려주질 않아요. 이미 몇명 섭외된 것 같은데 지금 제가 아는건 신승훈씨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