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산 2군 연습장. 정민철(41) 투수코치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젊은 투수들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1군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3개월 뒤 대전구장에서 만난 정 코치의 얼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년만에 1군 투수코치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팀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정 코치는 '힘든 상황에서 돌아왔다'는 말에 "지도자는 9개 구단 모두 마찬가지다. 1군이든 2군이든 힘들다"며 웃었다.
한화 마운드는 심각한 상태다. 정 코치가 지난해 7월 2군으로 내려갈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류현진(26·LA다저스), 양훈(27·경찰청), 박찬호(40·은퇴) 등이 있었지만 올해는 아니다. 팀 평균자책점은 5.66으로 최하위. 세대교체도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야한다. 정 코치는 "어깨가 무겁다. 그렇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안다. 쭉 송진우 코치와 상의를 해왔기 때문에 상황은 잘 안다. 이대진 코치와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철 코치를 가장 괴롭히는 건 '승리'와 '육성'의 딜레마다. 정 코치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승리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1군은 육성이 아닌 이겨야 하는 곳"이라면서도 "현진이가 빠진 뒤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겼다. 코칭스태프도 가능성있는 두세 명의 토끼를 찾아내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응용 감독 역시 이날 "이태양과 조지훈, 김경태 등에게 선발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정 코치의 '토끼'들은 2군에서 호흡을 맞췄던 투수들이다. 우완 이태양(23)은 정민철 코치를 롤모델로 삼고 정 코치가 현역 때 달았던 55번을 달 정도로 정 코치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장충고를 졸업한 신인 조지훈(19) 역시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 정 코치의 집중조련을 받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조지훈은 25일 대전 롯데전 선발로 나설 예정. 좌완 김경태(22)는 2군에서 이선희 코치와 정 코치의 조언으로 폼을 변경한 뒤 구속을 10㎞ 가까이 끌어올려 1군에 오르기도 했다. 김경태가 2군에 내려갔을 때 가장 아쉬워한 사람도 정민철 코치였다. 정 코치는 "신인급 선수들이지만 분명 가능성은 있다. 선수들이 잘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