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영 드라마'는 매회, 화제를 모았다. 안태영(28·넥센)이 1군 첫 경기에서 첫 안타에 이어 홈런까지 쳐냈다. 강렬한 첫인상. 안태영은 프로 입단 10년째, 처음으로 1군 경기에 나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안태영은 27일 생애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염경엽(45) 감독은 이날 대구 삼성전에서 안태영을 7번·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안태영은 3회초 첫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상대선발 밴덴헐크(28)의 시속 143㎞짜리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3루쪽 파울라인 밖으로 높이 떴다. 박석민은 포구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공이 글러브를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3루수 실책.
안태영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안태영은 142㎞짜리 직구를 타격했고, 타구는 2루 베이스 근처로 흘렀다. 삼성 2루수 강명구가 넘어지며 공을 잡았다. 간절함을 담은, 안태영의 전력질주. 안태영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까지 감행했다. 세이프. 행운에 이은, 안태영의 집념이 만들어낸 안타였다. 삼성은 이 공을 챙겨 넥센 더그아웃으로 건넸다. 안태영에게 값진 기념구가 생겼다. 안태영은 김지수의 볼넷, 허도환의 번트로 2·3루를 밟은 뒤, 장기영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1군 첫 득점까지 올렸다. 안태영은 5회 두번째 타석에서도 빗맞은 안타가 3루 내야안타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드라마는 7회초, 절정에 올랐다. 안태영은 1-1로 맞선 7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밴덴헐크의 149㎞짜리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점점 가속이 붙었고,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넥센 더그아웃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안태영의 생애 첫 1군 경기 홈런.
안태영은 2004년 2차 7라운트 전체 52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 그는 투수였다. 2005년 타자로 전향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즌 종료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그는 '먹고 살기 위해' 헬스 트레이너 등으로 일했다. 프로 재입단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야구는 사회인리그에서 '취미'로만 했다.
2011년 12월 고양 원더스가 창단했고, 안태영의 인생도 제2막을 맞이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고양에 입단한 그는 팀의 주축타자로 성장했다. 프로구단이 안태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넥센은 2012년 8월 안태영을 영입했다.
올 시즌 안태영의 잠재력이 퓨처스(2군)리그에서 '실력'으로 승화됐다. 그는 퓨처스리그 65경기에서 타율 0.320·12홈런·51타점을 기록했다. 7월21일 함평에서 열린 KIA전에서는 앤서니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쳤다. 1군 투수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증명한 셈이다. 23일과 24일에는 삼성 2군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3경기 연속 아치. 안태영의 1군행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
김성근(71) 감독은 안태영의 1군 등록 소식에 "큰 것 하나 쳤으면 좋겠다. 워낙 열심히했던 아이다. 노력이 보상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태영은 "김성근 감독님은 나를 다시 살게 해주신 은인이다. 사회인 야구 수준이었던 나를 프로 선수로 만들어주셨다. 내가 프로무대에서 살아남는 게 감독님께 보답하는 길 아닐까. 또 고양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스승의 바람대로, 안태영은 커다란 아치를 그렸다. 안태영의 새로운 이닝이 시작됐다. 안태영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등번호(55번)와 이름이 박힌 프로구단 유니폼을 손에 쥐었다. 이제 기회는 자주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