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제작비 450억원대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봉준호 감독)와 하정우 한 명만을 전면에 내세운 35억원대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가 31일 동시에 개봉해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제작비를 쓴 작품과 국내 상업영화 평균제작비 하한선에 해당하는 규모의 영화가 서로를 압박하고 있는 셈. 태생 자체가 다르지만 각각 매력적인 요소를 어필하며 관객을 유혹한다. 두 작품 모두 15세 관람가를 받았으며 내용면에서도 은근히 관객층이 겹칠 것으로 보여 어차피 싸움은 피할수 없다.
그런만큼 개봉 전 신경전도 치열하다. 애초 8월 1일 개봉예정이었던 '설국열차'가 하루 앞당겨 전야개봉을 확정하자 '더 테러 라이브'도 개봉일을 '설국열차'와 같은날로 변경하며 견제에 나섰다. 관객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며 한편으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이 승자가 될까. 두 영화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관전포인트 1. 송강호·크리스 에반스 등 다국적 배우 vs '온리 원' 하정우
가장 눈에 띄는건 역시 배우. 일단 '설국열차'는 송강호,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라는 충무로 톱스타를 각각 내세운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두 배우의 비중은 다르다. '설국열차'에서 송강호는 크리스 에반스·에드 해리스·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호흡을 맞추며 시너지를 낸다. 반면에 하정우는 영화속 80% 이상의 신을 홀로 책임지며 모노극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할리우드 명배우들 틈에서 송강호가 어떤 존재감을 보여주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설국열차'를, 가장 '핫'한 배우 하정우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싶다면 '더 테러 라이브'를 택하면 된다.
관전포인트 2. 베테랑 봉준호 감독 vs 신인 김병우 감독
두 영화 모두 감독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국가대표급' 감독.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디테일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준 인물이다. '설국열차'에서는 빙하기가 닥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택했다. 끝없이 달리는 기차를 일종의 '노아의 방주'로 설정하고 그 안에 형성된 계급구조를 이 사회의 현실에 빗대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은 봉준호에 비하면 까마득한 '초짜'다. 장편 상업영화는 이번이 처음. 하지만, 독립영화를 만들 때부터 기발한 상상력과 섬세한 연출을 보여줘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테러리스트와 유일한 핫라인을 가지고 있는 뉴스앵커를 내세워 1인칭 시점의 독특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관전포인트 3. 볼거리 대결 대규모 vs 소규모
이미 17일 개봉한 220억원대 화제작 '미스터 고'가 중화권에서의 호응을 얻은 반면 국내 극장가에서 참패해 '예산이 흥행과 비례하는건 아니다'라는 사실을 대중이 인식한 상태. 특히 규모보다도 스토리가 주는 재미에 집중하는 국내 관객의 영화감상 패턴을 감안한다면 '더 테러 라이브'가 제작비가 적다는 이유로 '설국열차'에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제작비 규모에 따라 만듦새의 차이가 드러나는건 사실이다.
'설국열차'는 첫 공개 직후부터 관계자들과 평단으로부터 '놀라운 완성도'라는 말을 들었다. 흔들리는 열차 안, 각 칸 별로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미술과 조명을 쓰고 소품 하나까지 일일이 신경쓰며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평소 '봉테일'이라 불릴만큼 '디테일'에 일가견이 있는 봉준호 감독이 450억원이란 거대예산에 걸맞는 영상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반면에 '더 테러 라이브'는 만듦새 면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방송부스 안에서 90% 이상의 신이 나와 답답함을 주는데다 마포대표 폭파장면 등에 쓰인 CG도 살짝 어색한 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꽉 짜인 스토리와 하정우라는 호감도 높은 배우의 연기로 저예산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