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욱일기와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뒤집힌 卍 문양)는 제2차 세계대전 가해국의 상징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2013년 현재 두 기호의 사회적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들은 전세계에서 '공공의 적'이다. 신나치주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는 여전히 유럽 곳곳에서 음성적으로 쓰이고 있으나, 공공장소에서는 철저히 배제된다. 축구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치와 온전히 결별하고 싶어하는 독일 사회는 하켄크로이츠에 매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2011년에는 아마추어팀 로터 슈턴 라이프치히의 팬이 나치 문양 문신을 드러낸 채 경기를 관전했다는 이유로 3440유로(약 510만원) 벌금을 부과받았을 정도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문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독일 사회가 철저히 대응한 결과 2000년대 후반 들어 상위 리그에서는 나치 문양이 거의 추방됐다. 독일 축구장에서 한동안 보이지 않던 신나치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유로 2012 덴마크전에 '네오나치'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며 말썽을 부렸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 현수막을 문제 삼아서 독일축구협회에 2만5000유로(약 약 3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올해 3월 그리스 미드필더 기오르고스 카티디스(19)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은 유럽 사회가 나치의 흔적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잘 보여준다. 카티디스는 그리스 U-19 대표팀 주장을 맡은 유망주였으나 자국 리그 경기에서 나치식 경례로 골 뒤풀이를 대신했다 철퇴를 맞았다. 그리스 각급 대표팀에서 무기한 추방됐고, 당시 소속팀 AEK 아테네는 잔여 시즌 동안 선수단에서 배제했다. 결국 그리스 축구계에 발붙이지 못한 카티디스는 노바라(이탈리아 2부)에 입단한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카티디스 사건을 보도한 CNN은 "유럽 어디서든 파시스트 경례는 프로 선수로서 자살 행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