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희진(33)은 20대 후반 이상의 팬들에게 드라마보다는 무대 위에서 더 익숙한 얼굴이다. 동시대 활동한 걸그룹 SES나 핑클 멤버들처럼, 이희진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2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Mnet 음악드라마 '몬스타'에서 주인공인 비스트 용준형(윤설찬)의 담임 선생님 독고순 역을 맡았다.
청춘스타로서의 과거를 뒤로하고 후배 청춘스타들을 가르치는 캐릭터로 변신한 셈이다. 극중 독고순은 음대 퀸카의 화려한 과거를 뒤로한 채 의욕없이 교직생활을 이어가는 캐릭터.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희진은 최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댄스가수의 표현력을 살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자가 되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연습했나.
"가족이나 베이비복스 멤버들 중에는 전라도 출신이 없다. 다행히 주변에 전라도 출신 매니저가 한 명 있었다. 그 매니저 친구들이 다 전라도 출신이라 말투나 행동에 대해 많이 코치해줬다. 또 그 친구들이 성동일 선배님 연기를 유심히 보라고 조언해줬다. 가장 원조 전라도에 가까운 말투를 구사하는 분이라고 하더라."
-캐릭터는 마음에 드나.
"한 마디로 이중적인 캐릭터다. 음대 퀸카로서의 과거를 뒤로 하고 현실에 충실하려는 인물이다. 아이들에게 정도 없을 뿐더러, '학생은 학생. 나는 나' 식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요즘 시대가 변하다보니 이런 캐릭터도 나오는 것 같다. 문득 요새 교사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나 발언권이 있는 학생들 앞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실제 학생역을 맡은 후배들과는 잘 지내나.
"아무리 쿨한 역할이지만 정이라는 게 있지 않나. 애들이 '선생님이랑 정 들어서 큰일났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특히 반장 정선우 역을 맡은 강하늘과 사적인 얘기도 많이 하면서 친해졌다. (강하늘이) '시집 언제가냐' '애 낳으면 노산이다'며 짓궂게 놀리기도 한다. 가끔씩은 이게 진짜 교실인가 싶기도 하다. 선생님들 마음을 알 것 같다.(웃음)"
-노래와 연기의 차이점은.
"감정을 표현하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연기할 때는 대사를 외워서 표현하는 게 어렵다. 노래는 멜로디가 있어 부족한 게 있어도 은근슬쩍 넘어갈 수가 있다. 노래했던 친구들이 감정 전달과 표현력에서는 충분히 강점이 있다. 요새 후배 용준형을 보면서 표현력이 남다르다고 매번 느낀다. 가수했던 친구들은 평상시 얘기할때도 운율이 있다. 특히 댄스가수는 3분안에 모든걸 보여줘야 하지않나. 표현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유진이나 성유리·이진 등 동시대 동료들이 연기자로 성공하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브라운관에 처음 나왔을 때는 '요정이 말을 하고 있네'라는 느낌이었다. 몇년이 지나고 나니 이 친구들에게 사람냄새가 나더라. 다들 감정표현도 너무 뛰어나다. 특히 성유리를 보면서 매번 놀란다. 예전에는 표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았던 친구였는데, 요새는 목소리 하나에도 감정이 실려있다. 나이는 정말 무시 못하는것같다."
-동시대 활동했던 가수들이 컴백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예전에는 30대까지 연예인을 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요새 신화가 인기를 얻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아직도 사람들 귀에 맞는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10~15년 전에 비해 점점 연령대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요새 친구들은 베이비복스를 잘 모른다. 윤은혜를 연기자로 알고 있더라. 신화 덕분에 예전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저희 음악을 찾아주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다. 신화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여주인공 욕심은 없나.
"어린 시절부터 한 번에 A급 스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텐2'에서 장님 역할로 한 회를 끌어가 본 적이 있는데, 그 조차도 쉽지 않더라. 차분하게 한계단씩 밟아 올라가고 싶다. 앞으로 엄마 역할, 할머니 역할도 하면서 꾸준히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
-결혼은 언제하나.
"진짜 연애를 너무 하고 싶다. 그 설레는 느낌이 있지 않나. 또 힘들때면 대화할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을 느낄 때 너무 외롭다. 가끔씩 '내가 왜 이렇게 살지?' 라며 혼잣말로 신세한탄도 한다. 사람 만나는 일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이상형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다. 인생 한 방을 노리는 것 보다는 한달에 백만원을 벌어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