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18일(한국시간) 열린 필라델피아 원정 경기에서 5-0으로 승리하며 2006년(11연승) 이후 7년 만에 10연승에 성공했다. 최근 원정 20경기에서 19승을 쓸어 담았고, 1942년 세인트루이스 이후 71년 만에 최근 50경기에서 42승(8패·승률 0.840)을 거둔 팀이 됐다. 1906년 시카고 컵스(45승5패)와 1912년 뉴욕 자이언츠(43승7패)에 이어 이 부문 역대 3위 기록이다. 8월 성적은 15승1패, 승률 0.938이다.
올해 팀 연봉 1위(2451억원)에 오른 다저스는 시즌 초반 부진한 성적 속에 '돈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역사에 남을 만한 팀이 됐다. 지난 17일 라스베이거스의 한 베팅업체는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 1순위로 꼽았다.
◇터닝 포인트는 6월23일
6월22일까지 다저스는 절망적이었다. 30승42패(승률 0.417)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돈 매팅리(52) 감독의 경질설이 나왔고, 지구 1위 애리조나와의 격차는 9.5경기였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3일 샌디에이고전 승리 후 놀라운 반전을 일으키며 6연승을 달렸다.
다저스는 이후 8월18일까지 연패 없이 6연승과 5연승, 4연승을 각각 두 번씩 기록했고 최근 10연승까지 달리며 애리조나에 8.5게임 앞선 지구 1위를 꿰찼다. 시즌 성적은 72승50패로 한때 -12까지 떨어졌던 승패 차가 +22가 됐다.
◇'신의 한 수' 마무리 변경
매팅리 감독은 6월12일 마무리투수를 브랜든 리그(30)에서 켄리 젠슨(26)으로 바꿨다. 리그는 5월에 등판한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9⅓이닝 9실점)를 기록하며 보직을 박탈당했다. 매팅리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투수로 가능성(25세이브·평균자책점 2.35)을 보였던 젠슨에게 뒷문을 맡겼고, 이는 완벽에 가까운 한 수가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커터를 던지는 젠슨은 보직 변경 후 빠르게 적응했다. 다저스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7월에 2승 무패 7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1.35(13⅓이닝 2실점)로 준수했다. 8월에도 7경기에서 5세이브를 쓸어담으며 평균자책점 1.23의 짠물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신인 듀오의 맹활약
'쿠바 특급' 야시엘 푸이그(23)의 데뷔도 팀 상승세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6월4일 샌디에이고전을 통해 빅리그 무대를 밟은 푸이그는 6월에만 타율 0.436(101타수 44안타), 7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이달의 선수상과 신인상을 휩쓸었다. 7월(타율 0.287, 3홈런 7타점)에 잠시 숨을 고르더니 8월(타율 0.353, 1홈런 4타점)에 다시 타오르고 있다.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과 강한 어깨는 물론이고 클럽하우스 분위기까지 주도하고 있다.
류현진(26)의 활약도 결정적이다. 류현진은 팀이 42승을 쓸어 담은 기간 동안 6승 무패를 기록했다. 특히 8월에 등판한 3경기 성적은 3승 평균자책점 1.40이다. '원투 펀치' 클레이튼 커쇼(25)와 잭 그레인키(30)가 제몫을 해주는 가운데 류현진이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저연봉 백업의 힘
다저스는 1000만 달러(11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11명이나 된다. 하지만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팀 조직력의 핵심은 파코 로드리게스(22·5억4000만원)·J.P 하웰(30·32억원)·닉 푼토(36)·스킵 슈마커(33·이상 16억원) 등 저연봉 선수들이다. 로드리게스는 7월에 등판한 11경기에서 단 1실점도 하지 않으며 승리의 가교 역할을 했고, 하웰은 7~8월에 16이닝 1실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푼토와 슈마커도 주전들의 휴식일에 맞춰 백업과 대타로 감초 역할을 해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백업과 주전의 격차를 줄이고, 저연봉의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신현식 미주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