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은, 8시 20분께 막을 내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곡 '캐치 미'를 부른 동방신기는 '감사하다'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무대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관객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7만 2000여명의 팬들은 한 목소리로 '토호신기'(동방신기의 일본식 발음)를 연호했다. 7만 인파와 혼잡한 교통편을 걱정해 먼저 자리를 뜨는 관객도 없었다. 연호는 10여분간 계속됐고, 의상을 고쳐 입은 동방신기는 다시 무대에 올라 5곡을 더 열창했다.
머리에 찬 물을 들이붓고, 400M 규모의 대형 스타디움을 두른 돌출 무대를 수도 없이 뛰어다니자 하늘 위로 형형색깔의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동방신기가 "위 아"(We are)를 외치면 관객은 "티(T, 동방신기의 첫 이니셜)"로 답했다. 이 보다 더 끈끈하고 화려할 수 없었던 한 편의 쇼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공연을 마친 동방신기는 일본을 찾은 한국 취재진을 만나 닛산 스타디움에서의 짜릿했던 공연을 자랑했다. 1%의 남은 힘도 없어보였지만,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이날 공연은 동방신기에게도 무척 감격스러웠다.
-공연을 마친 소감은.
"도쿄돔에서부터 공연을 시작한 게 아니다. 작은 공연부터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오늘 스타디움 공연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 스태프, 팬 여러분, 옆에 있는 창민이까지 모두 같이 이룬 일이라 더욱 기분이 좋다. 오늘 공연을 하면서 많은 팬들이 진심으로 응원해주는걸 느꼈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생각보다 (스타디움이) 공간이 넓더라. 돔 보다 1.5배 된다. 근데 팬들이 응원을 해줘서 평소 이상의 에너지가 나왔다."(유노윤호, 이하 윤호)
"아주 오래전부터 5대돔 투어를 꿈꿨다. 그리고 스타디움 라이브는 꿈조차 꾸지 못한 것이었다. 아침부터 줄서 기다린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정말 어떤 공연보다 규모가 큰 공연이었다. 사상 최대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면서 떨릴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신나고 즐겁게 공연을 마쳤다."(최강창민, 이하 창민)
-해외가수 최초 공연이었다.
"점점 올라간다는 생각보다는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다.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했다고 '우린 대스타야' 이런 생각은 없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노력하니까 기록을 써 내려가는 모습까지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윤호)
"기분 좋은 기록을 쓰게 됐다. 근데 우리 둘은 진심으로 앞으로 후배들이 우리 기록을 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우리 가수들이 세계 곳곳에 우리 음악을 알려서 국위선양했으면 한다. 기록을 세운 것보다는 한국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밑거름이 됐다는데 더 큰 의미를 갖는다."(창민)
-스타디움에 처음 섰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규모가 크다보니 관객들에게 어떻게 재미를 전달할까라는 부분이 큰 문제였다. 결론은 우리가 직접 다가가자라는 거였다.(동방신기는 이날 스타디움을 한 바퀴 두른 400M 규모의 돌출 무대를 세웠다) 이번 공연으로 내 자신을 많이 되돌아봤다. 내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고, 날 표현할 수 있는 장소는 스테이지라는 걸 깨달았다. 팬들 중에는 나이가 굉장히 많은 어르신도 있고, 몸이 불편한 분도 있다. 근데 우리가 무대에 오르면 다 같이 뛴다. 아티스트가 이런 거구나, 그런걸 느꼈다."(윤호)
"어렸을 때 축구 시합으로만 봐 왔던 경기장(2002년 한·일 월드컵 결승전 경기장)이고, 여태까지 전 세계에서 했던 공연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연이었다. '장관이다'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분할 정도다. 내가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을 본 것 같다. 우리 둘에게는 여기가 외국이다. 외국인이 하는 공연에 이렇게 모였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국가와 언어를 뛰어넘는 국제적인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창민)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나.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그 덕분에 체력이 진짜 좋아졌다. 돔 투어를 할 때도 공연 중반이면 눕고 싶었다. 배드민턴이란 운동은 기가 막힌 것 같다."(창민)
"내년이면 30대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려고 하고 있다. 스타디움 공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걱정이 있었다. 근데 (체력적으로는) 창민이를 따라가는 것 같다. 지기 싫은 것도 있고, 늙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싫다. 마지막 곡에서 스타디움을 뛰어다니며 노래했는데 '죽을 거 같을때 차라리 뛰자'고 했다. 그래야 진심이 전달되니까. 체력 보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치른 것 같다."(윤호)
-2005년, 일본에 처음 진출할 때 멤버들끼리 이렇게 잘 될지 알았나.
"일본에 넘어오기 전에, 스태프들이 '일본에 가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많이 힘들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근데 우린 '열심히 하면 되죠'라고 답했다. 우리끼리 '차근차근 올라가자'고 했다. 약속을 지킨 남자가 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윤호)
-이룰 것은 다 이뤘다.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공연장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껍데기가 화려하기 보다는 알맹이가 단단한 가수로 롱런하고 싶다."(창민)
-동방신기도 데뷔 10주년을 맞게 됐다.
"10월 말이면 딱 10년이 된다. 데뷔 첫 방송부터 잠실 종합운동장에서의 쇼케이스, 일본 진출·아레나 공연·돔 공연, 이렇게 발전하면서도 시간이 참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돌이켜보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에 대해 감회가 새롭다. 공연을 앞두고 이야기할 때 스태프들이 눈물을 훔치는걸 보면서, 동방신기라는 길을 잘 만들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뿌듯하다."(창민)
"대스타보다는 밀도 있는 아티스트, 멋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많은 후배들과 교감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윤호)
-마지막으로 할 말은.
"이번 공연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방신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제부터 동방신기의 진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