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베이비' 승리(23·이승현)가 한껏 음악적 욕심을 부렸다. 2011년 1월 'VVIP' 이후 2년 7개월만에 발표한 솔로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아 팀의 맏형 지드래곤·태양 처럼 뮤지션 영역에 한 발 다가섰다. 그동안 승리의 캐릭터는 빅뱅의 철없는 막내. 하지만 이번에는 'YG 수장' 양현석도 그의 음악적 의견을 존중했고, 양 프로듀서의 도움 없이 온전히 승리의 색깔을 담은 앨범을 완성했다.
앨범 수록곡 6곡의 노랫말을 승리가 다 썼고, 작곡은 공동 작곡가와 협업했다. 승리는 "발로 뛰면서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도 이런 재능이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며 멋쩍게 웃는다. 타이틀곡 '지지베'는 지난해 6개월여를 사귄 여자친구와의 실제 얘기를 담아냈다. ' 내 여자가 왜 날 두고 다른 사람 찾아, 왜 그럼 난 뭐니 나를 가지고 논거지 이 나쁜'('지지베'중) 이라며 그에겐 당시 꽤나 큰 상처를 남겼던 씁쓸한 사랑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풀어냈다. 3년여만에 한결 진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며 돌아온 승리를 만났다.
-전곡을 작사·작곡·프로듀싱했다.
"사실 단 한곡도 쓰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 테디·지드래곤형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다들 너무 바빠 작업을 같이 할 수 없더라. 형들을 기다리다가 앨범이 계속 밀리는 분위기였다. 양현석 사장님이 '니가 한 번 작업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 발로 뛰면서 앨범 작업을 했다. 나한테도 이런 재능이 있었구나 싶었다.(웃음)"
-앨범 작업 중 가장 신경쓴 점은.
"빅뱅이 아닌, 승리만의 특유 멜로디가 필요했다. 랩도 아니고 보통 노래의 멜로디도 아닌, 독특한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멜로디에 대한 나만의 자부심을 갖고 독창적인 재능을 맘껏 살렸다."
-다른 사람에게 곡을 줄 생각도 있나.
"내 곡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인데 다른 사람을 위한 곡을 만든다는 건 얼마나 흥미롭겠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심경을 알 것 같다."
-작업 과정은 수월했나.
"7년동안 활동하면서 배운 걸 제대로 활용했다. 가사를 쓸 때도 기억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써내려갔다. 대중이 좋아하는 가사와 싫어하는 가사를 선택하는 방법을 알았고 7년동안 멤버들과 주고 받은 대화를 통해 많은 팁을 얻었다. 아무래도 지드래곤형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공동 작곡으로 이름을 올렸더라. 얼마나 참여한건가.
"노랫말을 쓸 땐 타블로 형에게도 많이 물어 도움을 구했다. 지드래곤형은 '팬들은 너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작곡을 할 땐 난 주요 멜로디를 만들었다. 멜로디에 어울리는 반주와 편곡은 공동작곡가와 함께했다."
-수록곡 장르가 다양하다.
"한 가수의 앨범을 쭉 듣다보면 쉽게 질리는 경향이 있다. 시대가 바뀔수록 사람들은 새로운걸 원한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겹치는 분위기의 트랙이 없다. 악기 사운드와 목소리 톤까지 바꾸려고 노력했다. 포지션을 확실히 하고 역할을 잘 해내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멤버들의 평가는 어떤가.
"첫방송이 끝나고 지드래곤형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기자 왔다. '솔로 춤 너무 이상해. 조금 더 묵직해도 돼. 의상도 평소 입고 다니는 것 같다. 스타일이 나이들어 보인다. 장난삼아 얘기하는 게 꼴보기 싫어서 하는게 아니라 잘되라고 한거야'라고. 이렇게 촘촘하게 모니터해준다."
-양현석 사장이 앨범에 손을 안 댔다.
"맞다. 이번 작업엔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 지 지켜보려는 것 같았다. 이상할 만큼 전적으로 내게 다 맡겼다. 심지어 먼저 제안을 하기까지 했다. 양 사장님이 어떤 사안에 대해 먼저 내 의사를 묻고 상의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나를 아티스트로 봐주는 느낌이랄까. 그때 그 기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티저영상이 엄청 야했다.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나.
"빅뱅이 아닌 솔로로 나왔을 때는 기존 모습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세븐 선배님이나 지드래곤 형처럼 솔로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남자 솔로 가수가 하지 않았던 컨셉트를 쫓다보니 성숙한 승리를 담았다."
-스스로도 섹시하다고 느끼나.
"그렇다고 말하는 건 창피하다. 음, 열심히 일하는 남자들이 섹시해 보이는 것 같긴 하다."
-타이틀곡 '지지베'는 어떤 곡인가.
"세상에 여자에게 속고 사는 남자가 많이있다. 여자들이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가십걸' 등에 푹 빠져있는 것 같다. 요즘 보면 남자가 여자들에게 끌려다닌다. 그런 감정을 담았다."
-과거 여자친구 얘기라던데.
"1년 전 6개월동안 만난 여자 얘기인데 옛 얘기니깐 웃으면서 지금 할 수 있다. 굉장히 마음에 들어 만났는데 알고보니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깨끗이 정리하고 나를 만났어야하는데 한 달은 동시에 만났더라. 거기까진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난 지 얼마 안 돼 시들해 지더라. 남자들도 직감이 있다.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분위기인 줄 알 수 있다. '마음이 떠났구나'를 느끼고 있는데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길 기다리는 눈치였다. 상처받은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거다. 결국 내 입으로 먼저 헤어지자는 얘기를 해 나쁜남자가 됐다. 정말 여우같다."
-작업하면서 당시 분노가 되살아났나.
"마음이 짓밟혀 버렸다. 곡작업을 하면서도 울컥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도입부에서 피아노로 크게 시작하는 부분이 분노의 표현이다."
-지드래곤은 솔로로 월드투어를 돌았다. 솔로 콘서트 욕심은 있나."
"욕심이 많이 생긴다. 라이브 공연은 아티스트 자존심이다. 콘서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량은 음악방송과는 확연히 다르다.관객과 조금 더 호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솔로 공연을 하고 싶다. 실력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YG 신인서바이벌 '윈'이 방송되고 있다. 느낌이 남다를텐데.
"연습생 시절을 누구보다 험난하게 보냈다. 고향 광주로 돌아가는 소리도 들었고 욕도 많이 먹었다.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게 제일 큰 스트레스였다. 이름이 있는데 '야'라고 불리는게 너무 싫었다. 어떻게해야 더 어필할 수 있을까 항상 궁리했다. 양사장님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이름을 부르신다. 한번은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더니 그 후 6개월은 계속 '빨간색'이라고 부르더라. '승리'란 이름 두 자를 각인시키기 위해 무척 애썼다. 지금 연습생들도 그런 스트레스를 받을 거다. 나라도 친근한 동료이자 형으로 다가가겠다."
-강승윤이 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무서운 선배로 승리를 꼽았다.
"(강)승윤이는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자제시켜 줄 사람이 필요하다. 위에서 꾹꾹 눌러줘야한다. 나도 과거에는 튀려고 했고 그때마다 지드래곤형이 눌러줬다. 양사장님도 나한테 '잔가지가 많은 나무라고 했다. 가지를 잘 쳐줘야 잘 된다'라고 했다. 승윤이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팁을 준다면.
"대중의 시선을 다 받아들여야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매력과 스타성을 어필하는게 가장 필요하다. 스타로서의 매력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춤이나 노래는 두번째 문제다. 사람들은 스타를 원하지 가수를 원하는게 아니다. '핫'한 스타를 원한다. 열심히 연습하는 연습생을 원하지 않는다.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람을 원한다."
-어느덧 데뷔 8년차다. 빅뱅은 어떤 의미인가.
"팀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주자는 말을 많이 한다. 또 빅뱅이 절대 해체해서는 안된다고 얘기한다. 그건 대중에게도 큰 실례다. 다양한 솔로 활동을 병행하며 길게 활동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도 겸손해지고 대중에게 잘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롤링스톤즈같은 그룹이 된다면 좋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