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축구변방’ 카보베르데의 꿈, 부정선수 파문에 와르르
'청상아리 군단' 카보 베르데의 월드컵 본선 진출 꿈은 한나절의 백일몽이었다. 화려한 미래를 꿈꿨지만 스스로 만든 덫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23일 열린 카보 베르데와 튀니지가 맞붙은 2014브라질월드컵 아프리카 2차 예선 B조 최종전 전적(카보 베르데 2-0승)를 무효화하고 튀니지의 3-0 승리로 결과를 수정했다.
부정 선수 출전이 문제가 됐다. 이 경기에 선발로 나선 카보 베르데 수비수 페르난도 바레라는 3월 월드컵 예선 경기 도중 심각한 파울을 받고 퇴장당해 FIFA로부터 4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튀니지전 선발 명단에 이름이 올랐고, 실제로 그라운드에 올랐다. 고의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뒤늦게 문제가 되자 FIFA가 칼을 빼들었다. 결과의 번복은 물론, 카보 베르데 축구협회에 6000스위스프랑(700만 원)의 벌금을 물렸다.
이 한 경기의 후폭풍은 거셌다. 당초 결과대로라면 카보 베르데가 브라질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에 진출해 본선행의 꿈에 도전할 수 있었다. 승점 12점으로 B조 1위에 올라 튀니지를 누르고 각 조 선두가 나서는 최종예선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IFA의 결정과 함께 순위도 뒤집혔다. 당초 11점이던 튀니지가 3점을 받아 14점으로 조 선두를 지켰다. FIFA랭킹 44위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순위에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카보 베르데의 비극은 당분간 계속 이어지게 됐다.
FIFA의 뒤늦은 결정은 랭킹에도 혼란을 가져왔다. FIFA가 12일 오후 발표한 9월 랭킹에 카보베르데-튀니지전 수정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 몇 시간 뒤 다시 고치는 해프닝이 있었다. 44위인 카보 베르데 주변에 있던 나라들의 순위가 요동쳤다. 주로 아시아 국가들이 해프닝의 희생양이 됐다. 일본이 43위에서 42위로 한 단계 올라갔고, 호주는 52위에서 53위로 내려갔다. 한국은 58위 그대로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