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힘이 세다. 축구는 숫자로 기량을 평가하기 힘든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전세계 축구를 일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는 FIFA 랭킹은 어느새 축구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 권위있는 기준이 됐다. 관심이 높다보니 스폰서까지 있다. 정식 명칭은 피파 코카콜라 월드랭킹이다. 1993년 태어난 FIFA 랭킹은 벌써 20살이 됐다.
◇산정 방식은=처음 랭킹을 도입했을 때는 불만이 높았다. 실제 실력에 비해 랭킹이 낮게 나온 국가는 “랭킹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고 코웃음 치기도 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랭킹 산정 방식이 점점 정교하게 진화했다. 지금은 승무패 등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경기의 중요성, 상대 팀 및 대륙별 가중치 등을 고려한다. 승리를 해도, 상대팀과 경기 중요성에 따라 얻는 점수는 100점 미만이 될 수도 있고 1000점이 넘을 수도 있다. 월드컵 본선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유럽처럼 축구 실력이 높은 대륙의 스페인 같은 강팀을 꺾으면 랭킹이 급등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경기만으로 모든 걸 평가하지는 않는다. 최근 4년간 치른 A매치가 모두 평가기준이 되며, 최근에 치른 경기일수록 랭킹포인트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단순한 이차방정식이 아니라 고차함수인 셈이다.
◇58위로 추락한 코리아= 지난 12일 9월 랭킹에서 한국이 받은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달보다 두 계단 하락한 58위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위에서 31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최강희(54) 전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기는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렸고, 홍 감독 부임 이후에도 1승3무2패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 일본(42위)과 이란(48위), 호주(53위) 등 전통의 강호는 물론 우즈베키스탄(57위)에도 추월당했다. 다음달 브라질(8위), 말리(38위)와 평가전에서 모두 패한다면 70위권까지 추락할 수 있다.
◇랭킹 하락의 후폭풍= FIFA 랭킹은 그저 축구 실력을 재는 상징적인 잣대일뿐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요즘은 각종 국제대회 조추첨 시드 배정 때 FIFA 랭킹을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랭킹이 낮아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본선 조 추첨 시드 배정 때 월드컵 역대 성적 대신 FIFA 랭킹을 반영했다. 월드컵 본선 경우 톱시드격인 1그룹에 개최국과 FIFA랭킹 상위 국가가 배정된 것이다. 2~4그룹에는 대륙별 안배 원칙이 적용됐지만, 앞으로 규정이 바뀔 때는 FIFA 랭킹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적지않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FIFA 랭킹을 토대로 시드를 배정하기 때문에 랭킹이 낮으면 낮을수록 강팀과 많이 만나게 된다. 조만간 랭킹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2015년 호주 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시드배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박린·김정용 기자 rpark7@joongang.co.kr
◇FIFA 랭킹
-FIFA 랭킹에 한 번이라도 1위를 한 국가는 독일·브라질·이탈리아·프랑스·아르헨티나·네덜란드·스페인 등 모두 7개국 뿐이다. 1993년 랭킹을 매긴 후 지난 10년 동안 브라질은 모두 1994년부터 2001년까지 가장 오랜 기간동안 연속 1위에 올랐다.
-현재 1위는 스페인이다. 유로2008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1위에 올랐으며, 2010년 4월 네덜란드에 잠시 1위를 뺏겼지만 다시 1위를 되찾았다.
-브라질은 현재 8위로 추락했다. 9월 랭킹에서 북한은 113위이며, 최하위는 북중미카리브연맹 소속의 터크스카이코스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