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배우 이영애는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근거없는 루머를 유포한 163명의 네티즌들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형사고소했다. 이어 같은달 27일에는 YG엔터테인먼트가 "회사와 소속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수년간 악성 루머를 유포해온 악플러 김씨를 경찰에 고소,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가수 백지영은 3일 자신의 유산 사실에 대해 악성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수서경찰서는 IP추적등을 통해 악플러 6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조사중이다. 앞서 배우 송혜교, 가수 아이유, 원더걸스 소희와 미쓰에이 수지, 나인뮤지스 경리 등도 비슷한 상황에서 참기보다는 법적 대응을 택했다.
▶방치하면 루머가 사실된다!!
과거 무대응이나 용서를 원칙으로 했던 스타들이 단호한 '처벌'쪽으로 방향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속칭 '증권가 찌라시'로 대표되는 인터넷 허위정보가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몇년 전부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무차별 유포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병헌-이민정 열애, 기성용-한혜진 열애 등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대중들의 '찌라시'에 대한 신뢰도 커졌다. 이에 루머를 방치할 경우, 마치 사실이기 때문에 대응을 못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루머를 방치하고 몇달만 지나도, 마치 기정사실인양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이에 이영애 변호인 측은 "계속 침묵하는 것은 본인들은 물론 가족들, 한채영 씨의 명예까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이를 시정하고자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YG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생긴 부작용인 악플에 수없이 시달려왔다. 앞으로 유사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예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고소하는 자체가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생각했다. 요새는 네티즌들이 오히려 고소한 연예인을 적극 옹호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악플의 양상 갈수록 심각
유산에 대한 조롱이나 가족들에 대한 루머유포 등 '악플'의 죄질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도 법적 대응을 불러온 원인이다. 과거 루머는 복잡한 이성관계나 안좋은 평판, 심하면 불륜 정도에 그쳤다. 최근에는 '송혜교에게 나이많은 스폰서가 있다' '이영애가 한채영의 시어머니다' '평소에 담배를 그렇게 펴대니까 유산을 하지' 등의 악플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 송혜교 측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미 인터넷이 자정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더라"고 말했다. 백지영 측은 "연예인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결혼 후 유산을 겪은 사람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과 비방을 접해야 했다"며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유산된 아이를 합성한 잔인한 사진들을 보며 마지막 방법인 고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과거와 달리, SNS 등을 통해 연예인 개인을 향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이 가능해진 것도 문제다. 지난 6월 소속그룹 나인뮤지스 경리의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성희롱 글을 남긴 네티즌을 고소한 스타제국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예인 개인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지 않는 한, 직접적으로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악플러들이) 주로 프로그램 게시판이나 소속사 홈페이지 등에 글을 남기는 정도였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려 했다"며 "요새는 홈페이지나 트위터·페이스북 등 개인이 사용하는 매체가 많다. 연예인 개인에게 인신공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고소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네티즌들의 의식 수준이 인터넷과 매체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 연예인들의 법적 대응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