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 안현수(28·러시아)가 러시아 귀화 후 첫 한국 대회에서 메달 3개를 따냈다.
안현수는 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2013-2014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한국 남자팀은 2개 대회 연속 개인전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박수 받은 빅토르 안
안현수는 2003년부터 5년 연속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부상과 대표팀 탈락 등 부침을 겪다가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안현수는 지난 여름 머리카락을 바짝 깎고 상반신에 '초심불망마부작침(初心不忘磨斧作針·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뜻을 이룬다)'이라는 문신을 새기며 각오를 다졌다.
안현수는 귀화 후 처음 한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국내 팬들은 안현수에게 박수를 보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빅토르 안'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 때마다 빙상장을 찾은 3000 여 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일부 팬은 '안현수,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의 슈퍼 영웅, 안현수' 등의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걸어 응원했다.
안현수에 밀린 韓 쇼트트랙
안현수는 지난 5일 500m 결승에서 위다징(중국)과 접전을 펼친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피드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경쟁자를 압도했다. 1000, 1500m에서도 안현수는 각각 은·동메달을 획득해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에 유일하게 개인전 전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막내 박세영(20·단국대)이 동메달 2개(500m·1000m), 주장 이한빈(25·서울시청)이 은메달 1개(1500m)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윤재명(49) 남자대표팀 감독은 "최근 2차례 월드컵에 나온 문제점을 잘 보완해 다음달 열릴 3·4차 월드컵 대회까지 잘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여고생 선전…전망 밝힌 女
여자 쇼트트랙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고생 스케이터 심석희(16·세화여고)가 1000m, 김아랑(18·전주제일고)이 1500m에서 우승했다. 여자 1000m에서는 심석희, 박승희(21·화성시청), 김아랑이 1·2·3위를 싹쓸이했다.
여자 쇼트트랙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중국에 밀려 사상 처음 노골드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10대 중·후반의 어린 선수들을 위주로 팀이 구성돼 경험 부족이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패기있는 여고생 스케이터들이 경쟁국을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