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6일 홈 잠실에서 두산과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LG가 포스트시즌 홈 경기를 한 것은 2002년 11월8일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약 11년 만이었다. LG팬들이 10년 넘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기가 이날 열렸다.
잠실구장 주변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가 시작되자 LG팬들은 빠르게 1루 응원석을 채웠다. 조금 있었던 빈 자리는 점점 많은 팬이 들어오면서 반시계방향으로 잠실을 채워갔다. 두산의 깃발이 나부끼는 왼쪽 외야 담장 뒤에도 대다수가 LG팬이었다. 두산 3루 응원석까지 LG팬이 꽤 보였다.
주목할만한 것은 LG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유광점퍼를 입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유광점퍼는 LG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옷이다. LG가 올 시즌 2위에 오르면서 이 점퍼는 올 한해에만 7000벌 가까이 팔렸다. 작년 판매량 300벌에서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점퍼를 갖고 있던 LG팬들이 자리를 채우면서 1루 응원석 및 외야 응원석은 금방 검정과 빨강으로 물들여졌다. 흰색이 상징인 두산 3루 응원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라이벌전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전진우 LG 사장을 비롯한 LG 야구단 직원들 역시 유광점퍼를 입고 경기를 지켜봐 팬들과 호흡을 함께했다. 공수 교대 시간에는 구단이 나눠준 노란색 무적 LG 수건이 1루 석을 덮었다.
1990년 LG 창단 어린이 회원 출신인 박수일(32)씨는 "2002년 한국시리즈를 군대에서 보며 제대 후 포스트시즌에 가면 꼭 축제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찌감치 유광점퍼를 산 뒤 집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입으면서 가을야구 준비를 했다"면서 "앞으로도 티켓전쟁에서 이겨 19년 만의 LG 우승에 보탬이 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경기는 시작 한 시간 반만인 오후 7시30분께 표 2만5500장이 모두 팔리며 매진됐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다섯 경기 중 세 경기에서 만원 관중 실패를 기록하며 흥행 부진을 실감한 것과 달리 1차전부터 경기장이 팬들로 꽉 들어찼다. 10년 넘게 기다린 LG 팬심은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