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가 변신한 모습을 한국시리즈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파워 피처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금은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가 됐다. 이재우는 제구가 되는 날과 안 되는 날의 기복이 심했다. 오늘은 아주 집중력 있게 공을 던졌다. 내가 아는 이재우는 투수 중에서 집중력이 가장 뛰어나다. 1회 채태인과 2회 이지영을 모두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 3회부터는 투 스트라이크에서 변화구로 패턴을 바꿔 삼진을 잡더라. 스트라이크존 코너로 잘 던졌다. 삼성 쪽에서 보면 초반에 이재우를 무너뜨릴 수 있었는데 도와줬다. 1회 채태인이 풀카운트에서 실투(포수는 몸쪽을 요구했는데,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왔다)를 헛스윙했다. 그게 파울이라도 됐다면 1회부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3회 2사 만루에서 박석민이 볼을 건드려 이재우를 살려줬다."
-삼성 배영수는 두산에 약했지만 경험이 풍부한 투수로서 아쉬웠다.
"의욕은 있었지만, 공이 몰렸다. 1회 톱타자 이종욱을 상대할 때부터 공이 전체적으로 높았다. 힘이 들어가면서 공의 각도가 팍 꺾여 타자들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별하기 쉬운 공이 들어왔다. 3~5번 중심타자들을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안 맞으려고 던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도망가는 피칭이 됐다. 유인하는 공이 너무 많았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는 효과가 있겠지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가 오니 타자들이 잘 안 속았다."
-시즌 때 불안했던 두산 핸킨스가 포스트시즌(PS) 들어 불펜에서 180도 달라졌다.
"플레이오프 4차전(2이닝 세이브)에서 던지는 것을 보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잘 던질 것으로 봤는데, 일을 냈다. PS에서 중간 역할을 하면서 임무(짧은 이닝)에 자신을 맞춰간다. 자신의 뒤에 다른 투수들이 있다는 것을 믿고 편안하게 던진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서는 유인구가 잘 먹힌다."
-두산 불펜이 PS를 치를수록 안정적이다. 집단 마무리도 지금까지 맞아 떨어졌다.
"올해 PS에서 두산 불펜진은 4승2패 4홀드 5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도 1점대다. 누가 나가도 막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집단 마무리가 선수들에게는 편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책임지고 갈 수도 있지만, 현재 두산 불펜이라면 집단 마무리가 적합한 것 같다.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정재훈이 마무리로 나왔지만, 흔들리면 뒤에 윤명준이 받쳐주니깐 상대를 막아냈다. 상대팀에서 데이터를 만들기도 힘들 정도로 완벽한 변칙이 아닌가 싶다."
-두산은 우승까지 1승 남았다. 5차전 선발 대결은 어떻게 보는가.
"삼성 타자들이 오늘 두산에서 빠른 볼 투수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전체적으로 직구 타이밍을 못 맞췄다. 배트 스피드가 느리다는 뜻이다. 5차전 두산 선발 노경은은 시속 140㎞대 중후반의 직구를 던진다. 그 직구를 공략 못하면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삼성은 윤성환이 1차전 부진을 만회하는 피칭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