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가 공격에서 제 몫을 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2일 대한항공과의 개막전을 3-2로 이긴 뒤 박철우(28)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경기장에서는 제자이자 사위인 박철우에게 주로 쓴소리를 많이 하던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이날 박철우의 플레이는 '완벽'에 가까웠다.
삼성화재는 이날 경기내내 고전했다. 특히 수비와 조직력에서 석진욱-여오현의 빠진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사소한 실수도 잦았다. 주포인 레오도 45점을 올리긴 했지만 범실을 11개나 저지르는 등 최고조는 아니었다. 특히 경기 초반에는 상대 블로킹에 걸리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레오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라이트 박철우가 기회가 될 때마다 과감한 공격으로 득점을 올렸다. 후위공격, 오픈 등 가릴 것 없이 성공시켰다. 20점을 기록했고, 공격성공률은 64.3%로 레오보다 더 높았다. 경기 뒤 레오가 "(초반에 몸이 안 풀렸을 때)철우 형이 잘 해줬다"고 하자 박철우는 레오의 무릎을 탁 치며 웃었다.
박철우의 마음가짐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지난해 그는 아내 신혜인씨가 딸 소율(1)을 출산해 아빠가 됐다. 석진욱과 여오현이라는 선배들도 팀을 떠나 이제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가 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시즌보다 올해가 중요하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이 시즌으로 인해 새로운 기회가 생겨 선수생활을 더 길게 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며 "오늘 경기에 임할 때 챔피언 결정전이라 생각했고, 앞으로도 매 경기 그렇게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현이 형과 진욱이 형이 10년 넘게 있었다. 정신적으로 후배들이 많이 따라갔다. 그러나 삼성화재라는 팀이 1~2명 빠진다고 달라지지는 않는다. 내 행동 하나하나도 신경쓰이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본다"고 했다.
세터 유광우에 대한 호흡에 대해서는 "광우와 비시즌 기간 여러 가지 맞춰 봤다. 개인적으로는 빠른 토스를 좋아해서 지금보다 더 빠르게도 해봤고, 높게도 해봤다. 그러나 팀을 위해서는 높게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광우도 나를 살려주기 위해 믿고 올려준다. 나도 세터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공 하나하나에 힘을 줘서 때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철우는 "우리는 매년 위기고, 지금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우리 색깔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