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3)가 부상에서 벗어나 소치 겨울올림픽을 향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반면 다른 도전자들은 줄줄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26·이탈리아)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끝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서 쇼트, 프리 스케이팅 합계 173.40점에 머물러 3위에 그쳤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의 최고 점수인 197.89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지난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를 아예 뛰지 않았던 코스트너는 두 시즌만에 그랑프리 우승을 노렸지만 잇따른 점프 실수로 러시아의 15살 신예 안나 포고릴라야(178.62점), 또다른 17살 기대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4.70점)에도 밀렸다.
출산 후 현역 복귀로 화제를 모았던 안도 미키(26·일본)는 아예 올림픽 출전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일본선수권에 참가할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동일본대회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3일 열린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안도는 41.97점에 그쳐 출전 선수 26명 중에 13위에 머물렀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내지 않으면 사실상 올림픽 출전이 힘들어졌다.
이에 앞서 일본 피겨 간판 아사다 마오(23)는 올 시즌 유일하게 200점을 넘고도 쑥쓰러운 연기를 펼치며 논란이 됐다. 점프는 잇따라 회전수 부족,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 방향으로 도약) 판정을 받았고, 자신의 주특기라고 하는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회전)을 할 때는 아예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이에 대해 영국 유로스포츠는 "아사다의 스케이팅에는 점프만 있을뿐 안무에 카리스마가 있는 지 묻고 싶다.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혹평했다.
이같은 도전자들의 모습은 안정적으로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김연아와 대조된다. 코스트너, 안도는 지난 시즌 나란히 현역 은퇴를 고민하는 등 불안정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힘겹게 소치 겨울올림픽을 마지막 도전 무대로 삼았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덜 된 상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기량 저하까지 이어졌다.
반면 김연아는 '강심장'이다. 코스트너, 안도와 비슷하게 지난해 7월 소치 겨울올림픽 도전을 선언하고 은퇴 계획까지 밝혔지만 흔들림없이 갈 길을 가고 있다. 지난 9월 발 부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불참이 확정됐는데도 재활을 순조롭게 하며 몸상태를 정상 수준의 70~80%까지 끌어올렸다. 김연아의 주치의인 나영무 솔병원 대표원장은 "김연아의 성격이 털털하다. 지금 상황을 잘 받아들이면서 미래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늘 밝게 운동하고 있어 보기 좋다"고 말했다.
트리플 점프까지 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든 김연아는 조만간 다음달에 나갈 B급 국제 대회도 결정할 전망이다.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김연아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다. 어떤 어려움에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자신과의 싸움만 집중하는 모습에서 다른 선수들과 비교되는 면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