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26)는 반성했다. 그는 "그동안 타격 폼을 수정하면서 실패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두려움을 버리고 과감히 도전하려고 한다. 이번만큼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싹 바꾸겠다"고 했다. 김현수가 대대적인 타격 폼 수정에 나선 것이다.
◇슬럼프에 빠진 '타격기계'의 고민
김현수는 '타격기계'라고 불릴 만큼 천부적 타격감을 자랑한다. 지난해 0.291의 타율에 머무르면서 5년 연속 3할 타율 행진의 막을 내렸지만, 올 시즌 16홈런 90타점·타율 0.302을 기록하고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더라도 내 밸런스를 제대로 가져가면서 타격을 하면 언제든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다. 그러나 4타수 4안타를 쳐도 내 밸런스가 아니라 그저 맞추는데 급급한 타격을 하면 신경이 쓰여서 그날 잠도 잘못 잔다. 폼이 독특한 탓에 한번 밸런스를 잃으면 찾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최근 성적 기복이 심했다. 그래서 타격 폼과 밸런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현수는 타격 시 오른 다리를 들고 몸을 비틀면서 타이밍을 맞춘다. 황병일(53) 두산 수석코치는 "김현수는 스윙시 허리와 힙으로 이어지는 상체 돌림이 유연하다. 몸을 비틀어서 타이밍을 맞추는 독특한 타격폼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타격폼은 김현수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두기도 했다. 김현수는 지난 2008년에는 126경기(전 경기)에 출장해 168안타·타율 0.357·출루율 0.454를 기록하고 타격왕과 최다 안타, 최고 출루율 타이틀을 획득했다. 변화구면 변화구, 빠른 공이면 빠른 공, 어떤 공에도 대처가 가능한 기계 같은 타격을 보여 준다고 해서 이때부터 그의 별명은 '타격기계'였다.
영원한 일등은 없는 법. 시즌이 거듭 될수록 김현수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그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 들었다. 김현수는 "예전에는 투수들의 공에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이제 투수들이 내가 타이밍을 가져갈 수 없도록 빠르게 혹은 느리게 템포에 변화를 줘서 던진다. 다리를 들고 몸을 비틀다 보니까 동작이 커서 투수들이 그것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야구 인생을 위한 결정
타격 폼에 대한 고민은 결국 '전면 수정'이라는 답으로 이어졌다. 김현수는 "11일부터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라면서 "(타격을 할 때)다리를 들 수도 있고 안들 수도 있다. 황(병일)코치님과 함께 상의를 하고 바꿀 것이다"고 전했다. 상체를 비틀지 않고 좀 더 간결하게 바꿀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미 자신의 몸에 베어있는 타격폼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김현수는 "그전 캠프에서 바꾸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실패가 두려워서 중간에 하다가 멈췄다. 이번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길게 보고 바꿀 생각이다. 시범경기 이후인 내년 4월에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 채태인이 올 시즌 타격 폼을 수정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그의 결정에 힘이 됐다. 채태인은 올 시즌 94경기 출장해 11홈런 53타점·0.381(299타수 114안타)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했다. 그는 "(채)태인이 형도 예전에는 다리를 많이 드는 타격폼이었지만, 지금은 깔끔한 폼이 됐다. 많은 연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타격폼을 찾은 것 같다. 다리를 내린다고 해서 장타가 안나오는 것도 아니다. 태인이 형의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냐"고 말했다.
의지는 강하다. 김현수는 "야구 일 년만 하고 말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야구 인생을 위해 이번에 제대로 싹 바꿔 보겠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