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대표주자 이승훈(25·대한항공)이 '역도의 힘'으로 3년 만에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이승훈은 11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2013-2014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50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6분07초04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종전 한국최고기록(6분14초67)을 무려 7초63 앞당겼다. 그는 스벤 크라머(네덜란드·6분04초46)와 요리트 베르그스마(네덜란드·6분06초93)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0년 11월 독일 베를린 2차 월드컵 금메달 이후 3년 만에 월드컵 대회 5000m 시상대에 올랐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그는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하면서 키워온 코너링 기술과 능숙한 레이스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스피드 장거리 부문 간판 선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정체기를 겪었다. 전통적으로 중장거리에 강했던 네덜란드 선수들의 가파른 성장세에 밀렸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승훈은 역도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하루 3-4시간씩 모교 한국체대에서 일반 역도 선수들과 다름 없는 역도 훈련을 소화했다. 체력 저하로 막판 스퍼트가 약해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종목을 넘나드는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승훈은 지난달 30일 미디어데이에서 "체력을 기를 때 하는 기존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 역도 훈련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힘과 맞춤형 근육을 키우는데 도움을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다. 역도부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훈련하면서 스스로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이승훈의 소속팀인 대한항공 권순천 코치는 "역도 훈련을 통해 근력을 키우면서 초반 스피드, 막판 스퍼트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역도 훈련으로 자신감을 얻은 이승훈은 시즌 첫 국제 대회부터 자신있게 레이스를 펼쳤다. 400m 링크를 12바퀴 반 도는 레이스에서 이승훈은 줄곧 28-29초대 랩타임을 기록했다. 마지막 랩타임도 30초1로 크게 밀리지 않았다. 지난 2007년 11월 크라머가 세운 5000m 세계 기록(6분03초32)과 3초72 차의 좋은 기록이었다.
한편 모태범(24·대한항공)은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47의 기록으로 터커 프레드릭스(미국·34초46)에 0.01초 차 뒤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여자 500m 세계최고기록(36초74)을 세웠던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는 여자 1000m에서 1분14초19로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