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 바로 밴드 소란(보컬 고영배·베이스 서면호·드럼 편유일·기타 이태욱)의 달달한 음악이다.
아이돌 음악이 핑크빛 무드에서 엇나가고, 애절한 발라드는 지나치게 쳐진다면 소란의 음악은 '연인의 꺼져버린 감정의 불씨'까지 되살리는 마력이 있다. 연주는 산뜻하고 보컬은 감미롭다. 감정이 흔들릴 때, 심박수를 더욱 높이기 좋은 음악이란 이야기.
신작인 2집 '프린스'의 타이틀곡은 무려 '리코타 치즈 샐러드'. 삼겹살을 좋아하는 남자가, 사랑에 빠진 뒤 겪는 입맛의 변화를 그렸다. 1집 타이틀곡 '살 빼지 마요'로 20대 여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더니, 2집에서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더욱 공고히 한 느낌이다.
소란스럽지 않은 음악을 하는데 팀 이름은 소란. 귀공자 보단 구수한 외모에도 자신을 '홍대 이병헌'이라고 소개하는 보컬이 팀을 이끈다. 이 역설적 밴드의 달콤한 음악이 인터뷰 후에도 묘한 자극을 준다. 귓가를 맴돈다.
-'소란'스러워진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고영배) 조금 더 조용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우리다운 노래를 했다는 뜻이다. 1집 때는 제법 록킹한 것도 있었는데, 이번엔 어쿠스틱하고 결을 부드럽게 가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이런 음악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반전의 묘를 살리는 거다. 팀 이름도 그런 생각에서 지었다. 이름이 소란인데 소란스럽지 않은 음악을 했을 때의 재미랄까. 외우기도 쉽고 다 좋은데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
-소란이 추구하는 음악은.
"(서면호) 듣기 좋고, 쉬운 음악 그리고 음악적인 깊이는 느껴지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음악이다."
-앨범 제목이 '프린스'다.
"(고영배) 동명의 곡이 수록됐다. 선 공개곡인데 왕자병 걸린 남자가 '너 나 놓치면 후회한다'고 떼를 쓰는 내용이다. 1집부터 고품격의 음악을 표방하고 있다. 이젠 노래처럼 우리를 왕자로 봐줄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에서 지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이 '리코타 치즈 샐러드'다.
"(고영배) 나도 잘 몰랐던 음식이다. 이 곡을 쓸 때 쯤 아내가 권해 먹어봤다. 진짜 뭔가 야릇한 맛이더라. 남자들끼리는 먹지 않을 거 같고, 이런 음식은 연애를 해야 먹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하면 모르던 것도 알게 되지 않나."
"(편유일) 사실 우린 녹음이 다 끝날 때 까지도 먹어보지 않았다. 공연을 하러 갔을 때 팬이 선물로 줬는데 엄청 맛있더라. 남자끼리는 꿈도 못 꿀 음식이었다. 그제서야 가사에 공감이 됐다. 그 후로는 여자 친구와 이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하면서 연주한다."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 처음 떠올린 컨셉트는.
"(고영배) 재킷 사진하고 비슷하다. 카펫트가 있고 콘트라베이스가 등장한다. 어쿠스틱하면서 조금 빈티지한 느낌이다. 편곡적인 부분하고도 연관돼 있다. 동료들이 내 목소리가 록킹한 연주를 뚫고 나오지 못한다고 하더라. 록킹한걸 조금 빼면서 어쿠스틱한 느낌들이 가미되기 시작한 거 같다."
"(이태욱) 1집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했다. 어쿠스틱한 편성에 사운드도 크지 않을 때 보컬의 보이스 컬러가 잘 어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했을 때 연주도 잘 어울린다."
-확실히 홍대 인디밴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편유일) 우린 개차반은 아니다. 하하. 우리끼리도 직장 동료 같은 느낌이랄까. 다들 성격이 나이스하다."
"(고영배) 의외로 전체적으로 성격들이 모난데가 없다. 다정다감하다. 드럼 치는 유일이가 남자답고 태욱이는 의외로 상남자다."
-이태욱은 어떤 성격인데 상남자인가.
"(서면호) 정말 기타밖에는 모른다.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터프하다. 예전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겼는데 직접적으로 대시를 하더라. 따라가더니 번호를 달라고 하는 거다."
-보컬 별명이 '홍대 이병헌'이라고 하던데.
"(고영배) 공연 중 팬들이 내가 이병헌 씨를 닮았다고 놀림에 가깝게 외쳤다. 그 이후 '홍대 이병헌'이라고 꾸준히 PR하고 다닌다. 이젠 포털 사이트에 연관 검색어로도 걸린다. 하하."
-홍대 인디계의 아이돌이라고.
"(고영배) 에이 그 정도는 아니다. 20대에서 30대 초중반 정도의 여성팬들이 좀 있다. 아이돌이라고 한다면 일단 가수에게 관심이 더 있겠지만 우린 콘텐트를 더 사랑해주는 팬들이 많다. 멋진 분들이다. 우리가 식사 중이라면 목 인사 정도만 하고 간다. 팬이라면 그러기 쉽지 않다."
-리더이자 보컬인 고영배가 끌고 가는 밴드라는 인식이 있다.
"(편유일)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한곡씩 써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곡을 써본적이 없었는데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올해의 목표였다. 멤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영배) 리더로서 역할을 많은 건 사실이다. 2집에도 8곡을 작곡했으니까. 그래도 끌고가는 과정에서 멤버들의 참여나 의견 수렴에 무리는 없다. 소통이 원활하다. 객관적으로 좋은 시스템으로 가는거 같다."
-다들 여자친구 내지는 부인이 있다. 이번 음악은 어떻게 평가하던가.
"(서면호) 여자친구가 이런 취향의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싫어하는 편일 수도 있다."
"(이태욱) '좋네' 정도였다. 여친이 굉장히 터프하고 말수도 적다."
"(편유일) 좋아한다. 근데 톤이 굉장히 다운된 이별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내가 쓴 곡도 이별 노래인데 좀 아쉬워하더라. 훨씬 더 처절해야한다는 거다."
"(고영배) 우리 와이프는 내가 세상에서 음악을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6번에 '유어 러브'라는 곡이 있는데 아침마다 듣는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사랑 노래를 부르는데, 단점은 없나.
"(고영배) 듣고 있으면 열 받는다는 팬들도 있다. 놀리는거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외로운 분들에게는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