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 에이전트) 보상선수를 놓고 각 팀의 머리 싸움이 치열하다. 정근우 이용규를 영입한 한화는 각각 SK와 KIA에, 이대형을 데려간 KIA는 LG에, 최준석과 계약한 롯데는 두산에 '선수 연봉의 200%+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0명 외)' 또는 '연봉의 300%'를 줘야 한다. 이종욱 손시헌을 품에 안은 NC는 신생팀 특혜로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는다. 보상을 받는 팀은 선수 1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보호선수 명단 제출(한화·KIA 24일, 롯데 25일)을 앞두고 각 팀이 보호할 20명의 선수를 예상해봤다.
<한화>
한화는 KIA, SK에 각각 보상선수 한 명씩을 줘야한다. 그러나 두 팀에 각각 제출할 보호선수 명단에는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선수들을 먼저 보호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김종수 한화 운영팀장은 "FA를 통해 야수들을 대폭 보강했다. 그래서 투수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대팀이 필요한 선수보다는 우리가 뺏기면 안되는 선수 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명 중 투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진을 구성할 김혁민·송창현·유창식, 그리고 핵심 불펜인 송창식·안승민·윤근영 등 6명이 무조건 보호대상이다. 여기에 김광수와 올해 1군 경험을 쌓은 임기영·조지훈·황재규·이태양 등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야수 명단 작성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보호되는 이번 시즌 FA(5명)와 군제대 선수가 많아서이다. 1군과 2군의 기량 차가 큰 것도 한화의 선택을 수월하게 해준다. 김응용 한화 감독도 "보호 선수 명단은 가볍게 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송광민·고동진·최진행·김태완·정현석 등 주전급 선수들이 보호대상이다. 어린 선수들 중에서는 반드시 넣어야할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
군입대 예정 선수 중에서도 1~2명 정도는 보호 명단에 들 것으로 보인다. SK와 KIA는 즉시전력감이 필요한 팀이지만 명단을 본 뒤 2년 뒤를 보고 미래에 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종수 팀장은 "군입대 선수 중 보호해야 할 인원이 있다"고 말했다. 상무에 입대하는 오선진과 하주석이 유력 후보다.
LG에 KIA는 불펜진이 허술하고, 포수는 세대교체를 해야한다. 내외야 자원도 몇몇 주전급을 제외하고 비교적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백업이 탄탄한 팀"을 목표로 2014 시즌을 준비하는 KIA로서는 가능한 젊은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KIA 불펜진은 이번시즌 평균자책점 최하위(5.32)를 기록했다. 선발진이 호투해도 확실한 필승계투조를 구축하지 못하면서 다 이긴 경기를 수없이 내줬다. 보호선수 명단에 투수 자원을 최대한 포함시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양현종·송은범·김진우 등 확실한 선발카드와 함께 유망주인 한승혁·박지훈은 20인에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 이번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임준섭·박경태·심동섭·신승현도 제외하기에는 아까운 카드다.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 경험을 쌓아야 하는 우완 투수 고영창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연차가 높고 연봉이 많은 서재응과 유동훈, 최희섭의 탈락 가능성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KIA 포수진은 양극화돼 있다. 경험이 있는 김상훈·차일목과 팀을 위해 키워야 할 이홍구·백용환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이가 어린 선수 둘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이홍구는 타고난 강견으로 도루 허용률이 낮다. 착실한 수비 능력을 갖춘 백용환도 빼놓을 수 없는 유망재다. 그러나 올 시즌 8위에 그친 KIA가 경험이 적은 포수자원만 갖고 내년 시즌을 치르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점이 변수다.
<롯데>
롯데는 올 시즌 9개 구단 가운데 팀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마운드 전력이 좋았다. 전임 양승호 감독 시절부터 불펜 강화를 꾸준히 해온 결과다. 반면 두산은 불펜이 약하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마무리 훈련에서 불펜 육성을 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롯데 구원투수진에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롯데 보호선수 명단에는 야수보다는 투수가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젊은 투수들이 애매한 위치에 있다. 올 시즌 4~5선발 기회를 부여받은 고원준·김수완·이재곤·진명호 가운데 제몫을 한 선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어린 만큼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묶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이들 4명 가운데 김수완의 보호선수 탈락을 예상한다. 이재곤과 김수완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할 수 있지만, 두산에 오현택을 제외하고 사이드암 투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재곤을 보호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두산은 올 시즌 왼손 투수 부재에 골머리를 앓았다. 따라서 좌투수 자원에도 눈길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보호선수 외 왼손 투수는 정태승이 유일하다. 그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아직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묶는 것보다는 기회를 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내년 시즌 주장을 맡은 박준서는 대타 요원으로 쏠솔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두산의 내야 자원과 타선을 감안하면 보상선수로 선택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