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는 22일 KBL에 심판의 잘못된 판정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재경기를 공식 요청했다. 오리온스는 "지난 20일 서울 SK와의 경기중에 일어난 몇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다. 그 일로 인해 생긴 결과에 대해 우리 구단은 심사숙고한 결과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오심이 발생된 시점부터 재경기를 요청한다. 이에 따른 요청 공문을 KBL에 정식으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리온스 측은 "재경기의 구체적 방법과 시간,장소는 KBL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은 20일 서울 SK전에서 나왔다. 오리온스가 61-55로 앞선 4쿼터 종료 5분 55초를 남긴 상황에서 심판진은 김동욱이 주희정에게 속공 파울을 했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이는 김동욱이 공을 잡으려다 주희정과 일반적인 접촉을 한 상황이었다. SK의 속공 전개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주희정이 이 과정에서 넘어지며 공을 던지는 플레이에 심판진이 속았다. 김동욱은 심판진에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고, SK는 자유투 3개를 얻었다.
이어 오리온스 가드 이현민의 공격자 파울 판정도 석연치 않았다. 4쿼터 종료 4분 24초가 남은 상황에서 이현민이 왼팔로 SK 변기훈을 밀었다. 그러나 통상적인 접촉이었는데도 밀려 넘어진 변기훈을 보고 심판진은 이현민의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이에 거세게 항의한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연속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까지 당했다. 5연승을 노렸던 오리온스는 4쿼터의 석연치 않은 잇따른 판정에 69-78로 역전패했다. 경기 후 추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KBL은 해당 판정에 대해 오심이었다고 인정하면서 파문이 더 커졌다. 이보선 KBL 심판위원장은 "김동욱의 반칙은 일반 반칙으로 선언하는 게 맞고, 이현민의 공격자 반칙은 반칙 상황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KBL은 22일 오후 이번 사안에 대한 평가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KBL 측이 오심으로 인정된 만큼 오리온스는 해당 시점부터 재경기를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동안 프로농구 출범 이후 심판 오심에 따른 재경기 요청은 몇차례 있어왔다. 그러나 KBL이 재경기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한차례 있었다. 지난 2002-2003시즌 대구 동양(현 오리온스)은 원주 TG(현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막판 계시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역전패했고, KBL은 "승패에 중대한 영향을 준 오심이었다고 인정한다"며 재경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동양은 대승적 차원에서 경기 결과를 받아들이고 재경기 요청을 취소했다. 다른 요청 사례는 한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결정적인 오류를 범한 심판에게 기대치보다 낮은 징계를 내놓기도 했다. 매 시즌마다 있어왔던 심판 판정 문제가 올 시즌에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불거지면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