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3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 일화의 마지막 홈 경기 대구전이 열렸다. 한국 프로축구에서 영욕의 25년 역사를 보냈던 성남 일화 축구단은 마지막 홈 경기에서 위와 같은 공식 기록을 남겼다.
일화 축구단 창단멤버 출신인 안익수 성남 감독은 "오늘따라 낙엽이 많이 떨어진다. 어제는 유독 잠이 오지 않더라. 팀 상황이 다 풀리지 않아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눈물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1989년 일화 천마 원년 멤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안 감독은 2013년 성남 일화 감독에 부임했다. 일화 축구단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한 안 감독은 홀가분하게 팀을 보내줄 수 없었다. 시민 구단인 성남 FC(가칭) 재창단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화 축구단은 지난 25년 동안 K리그 7회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총 18회 우승을 달성했다. K리그 최다 우승 기록이다.
하지만 일화 축구단은 모기업이 통일교 산하 통일그룹이라는 이유로 89년 창단하기까지 3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연고 이전도 두 번이나 했다. 1996년 서울에서 충남 천안으로, 1999년 다시 경기 성남으로 옮겼다. 성남으로 이전할 때는 일부 개신교 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 탓인지 일화 축구단은 성남에서 3연속 정규리그 제패를 이루고, 2010년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뤘지만 관중 동원력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2012년 8월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세상을 뜨면서 일화 축구단은 정리 수순을 밟았다.
시민구단 재창단 과정은 순조롭지 않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21일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시민프로축구단 지원 조례안을 심사보류시켰다. 일부 의원들이 연간 150억원의 비용이 드는 시민구단 창단을 결정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예정된 3차 본회의까지 시민축구단 지원 조례안을 상정하지 못하면 인수 및 출범 절차에 차질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 성남 FC가 창단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화 축구단의 마지막 홈 경기장 풍경은 쓸쓸했다.
성남 서포터들은 23일 경기장 동·서문 앞에서 '성남시 시민프로축구단 지원조례 제정촉구 축구사랑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했다. 한 여고생 서포터는 "다른 지역에 살아도 상관없다. 서명 한 번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남 시민들이 무심하게 지나쳤다.
무료 입장이었는데도 관중은 2156명에 그쳤다.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2004년 일화 축구단에 입사한 유종규 홍보팀장은 "우승할 때도 울지 않았는데 오늘 눈물이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