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스토브리그에서 최고 이슈 메이커는 두산이다. FA(프리 에이전트)와 2차 드래프트, 보류선수 명단 제외를 통해 팀 내 베테랑 선수들을 잇달아 떠나보낸 데 이어 27일에는 올해 준우승을 이끈 김진욱(53) 감독을 임기 1년을 남기고 전격 경질했다. 구단은 '강력하고 신속한 팀 리빌딩'을 주장하지만, 주변에서는 두산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산 프런트를 이끌고 있는 김태룡(54) 단장을 28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처음에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감독 해임 시점을 두고 말이 많다.
"구단에서도 심사숙고하는 과정이 있었다. 선택하는 과정이 늦어졌을 뿐이다. 그래도 일본 마무리캠프 훈련 마지막날에 통보를 한 것이기 때문에 김진욱 감독이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배려했다고 생각한다."
-김진욱 감독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김 단장과 김 감독은 동아대 선후배 사이다)
"대학 후배인 감독을 보내면서도 예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제(27일) 경질 발표가 난 후 언론이나 주위에서 연락이 많이 왔지만 일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진욱 감독이 휴대전화를 꺼뒀다고 하던데, 김 감독이 입을 다문 상태에서 나도 함께 침묵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김진욱 감독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지는 않다"
-윤석민-장민석 트레이드에 대해 김진욱 감독과 구단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는 말이 있다.
"그건 오해가 있다. '구단과 김진욱 감독이 싸웠다'라는 보도도 나왔던데 그런 일은 없다. 트레이드 명단을 추리는 과정에서 후보에 윤석민이 있다는 사실도 김진욱 감독이 알고 있었고, 일본 캠프의 코칭스태프 의견도 반영됐다. 트레이드 발표 시점은 우리도 조금 늦추려고 했지만, 결정이 난 후 선수단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퍼져 어쩔 수 없었다."
-송일수(63) 신임 감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서 스카우트도 했고, 배터리코치 경험도 있다. 특히 포수 출신 감독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예전에 김경문 감독에게 두산 감독직을 맡길 때도 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었다. 대개 포수 출신 감독들이 선수들을 아우르는 역량이 뛰어나더라."
-파격적인 리빌딩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나는 야구 선수를 시작으로 단장까지 이 바닥에서 30년 이상 있었던 사람이다. 결국 일이 잘 안되면 단장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두려움이 없다. 해볼 것은 다 해봤다. 책임을 지라면 책임을 지겠다. 그만큼 이번 일은 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진행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두산이 '프런트 야구'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김승영 사장님이나 나나 팀을 관리하는 프런트가 아니다. 팀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어떻게 하면 좀더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입장이다. 선수를 육성하고, 어떻게 하면 이 팀을 강팀으로 만들 것인가, 어떤 유능한 코치를 영입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프런트의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의 프런트 야구이지, 프런트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야구단을 뒤흔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행보가 두산이 강팀으로 가는 길이라고 확신하는가.
"그렇다. 미국 메이저리그 플로리다(현 마이애미)는 우승(1997년) 이후에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고 유망주를 들이는 리빌딩을 단행했다. 올해 우리 팀이 우승 언저리에 갔다고 해서 내년에도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보고 더 나가야하는 것이 맞다. 성적이 좋을 때 하는 리빌딩이 후폭풍을 최소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