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7일 김진욱(53)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63) 2군 감독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눈길을 끄는 건 발탁 이유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포수 출신 감독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예전에 김경문 감독(현 NC 감독)에게 감독직을 맡길 때도 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 출신인 송일수 감독은 1969년 일본 긴데쓰(현 오릭스)에 입단해 83년까지 포수로 뛰었고, 84년에는 한국 삼성 유니폼을 입고 팀 내 에이스 김일융(62·은퇴)의 전담 포수를 맡기도 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견실한 수비형 포수였다. 그리고 이 경력이 감독직과 연결됐다.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지난해부터 뒤늦게 두산 2군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로야구에서 포수 출신 감독들이 늘고 있다. 올해 9개 구단 중 단 2명(22.2%·김경문·이만수)에 불과했지만 지난 8월 10구단 KT가 조범현(53) 감독을 영입한데 이어 송일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돼 10개 구단 중 4명(40%)으로 지형이 바뀌었다.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작전이 많고 수 싸움이 능한 포수나 내야수가 감독직과 잘 맞는다"며 "포수는 선수 시절에 이미 감독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비가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외야수 출신 감독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공고롭게도 프로야구 1군 10개팀 중 포수를 제외하면 투수와 내야수 출신 사령탑이 각각 2명(김시진·선동열)과 4명(김응용·염경엽·류중일·김기태)이다. 외야수는 없다. 그중 여러 가지 작전이 걸리고 그라운드 전체를 아우르는 포수가 감독에 가장 적임자라는 평이다. 김태룡 단장도 "대개 포수 출신 감독들이 선수들을 아우르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팀을 내셔널리그(NL) 우승으로 이끈 마이크 매서니(43) 감독과의 계약을 2017년까지 연장했다. 매서니는 현역 시절 골드글러브를 4회 수상하는 등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비형 포수였다.
이에 고무돼 지난 4일 디트로이트는 짐 릴랜드(69)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된 사령탑에 브래드 아스머스(44)를 영입했다. 아스머스는 매서니와 자웅을 겨뤘고, 함께 휴스턴에서 호흡을 맞췄던 투수 로저 클레멘스(51·전 뉴욕 양키스)와 앤디 페티트(41·현 뉴욕 양키스) 등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포수였다. 2010년 은퇴 후 감독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디트로이트 선택은 아스머스였다. 데이브 돔브로스키 단장은 "아스머스가 감독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안방마님들의 감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