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협상 끝에 미국프로야구(MLB) 사무국과 일본야구기구(NPB)의 개정 포스팅시스템이 오는 17일부터 공식 발효된다. 미·일간 개정 포스팅시스템의 골자와 의미, 또한 그것이 한·미 포스팅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포스팅 시스템이란 완전한 FA자격을 얻지 못한 한국 또는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가 미국무대에 진출할 경우, 선수영입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비공개 입찰금액을 제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선수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외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소속 구단은 선수가 FA로 풀리기 전에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거나, 이적료가 적다면 차라리 선수를 잡아두고 우승을 노리려 한다. 반면 그 선수를 탐내는 해외 구단은 거액을 지불하는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어한다. 이와 같은 양 구단과 선수, 3자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분쟁을 최소화하는 상호 약속으로써 포스팅 시스템은 지난 15여년간 (미·일 1998년 제정, 한·미 2001년 제정)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한국과 일본 출신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거래가 늘어나고, 각국의 프로야구 환경과 제도가 변화하면서 낡은 포스팅 시스템을 ‘갈아 엎는’ 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어 왔다.
Q. 2012년까지 이어온 포스팅시스템의 절차는 무엇인가?
① 선수소속구단이 MLB 사무국에 이적을 희망하는 선수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
② MLB 사무국에서는 4일 동안 해당 선수의 포스팅 사실을 공시.
③ 각 MLB 구단에서 포스팅 비용을 사무국에 제시.
④ 사무국은 포스팅을 요청한 선수소속구단에게 최고 입찰액을 써낸 MLB구단을 통보.
⑤ 선수소속구단은 포스팅 비용을 검토하여 이적 승인 여부를 결정.
⑥ 이적이 승인된 경우, 선수는 포스팅에서 최고액을 적어낸 MLB구단과 독점적으로 협상.
⑦ 계약이 성사되면 포스팅 구단 소속이 되며 결렬되거나 30일이 지나면 원소속구단으로 돌아감.
Q. 그간 포스팅 시스템을 두고 미·일 양자간의 쟁점 사안은 무엇인가?
- 첫 번째는 ‘금액’이다. 미국은 입찰 1위 팀의 포스팅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1·2위 팀의 평균 금액으로 책정하기를 요구해 왔다. 1위 팀의 과도한 비용 지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위약금’ 문제다. 미국은 포스팅 후 선수와의 계약에 실패한 팀이 일본 원 소속구단에 소정의 위약금을 지불해야하는 부담감을 덜어내고 싶어 했다.
세 번째는 ‘협상권’ 이다. 일본 선수협측은 독점 협상권이 아닌 복수의 팀과 협상할 수 있어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Q. 17일 공식 발효되는 미·일간 개정 포스팅시스템의 핵심은?
- 포스팅 금액에 2000만 달러라는 상한선을 두고,(금액) 최고 금액을 제시한 팀이 다수일 경우 선수가 다수의 팀과 협상할 권리를 갖는 것이며,(협상권) 협상에 실패해도 메이저리그 구단이 일본 선수 원 소속팀에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위약금) 사실상 입찰액 2000만엔이 소요되는 FA제도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Q. 개정 포스팅 시스템으로 인한 미·일 양자 간 득실은 무엇인가?
- 이득을 본 것은 미국 측이다.
한 선수에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위험부담이 줄게 됐다. 또한 메이저리그 부자구단의 막대한 포스팅 금액에 눌려 협상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가난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개정 시스템으로 인해 선수에게 부담 없이 접근 할 수 있게 됐다.
- 일본 선수들 역시 이득이 있다.
다양한 구단과 접촉할 수 있는데다, 포스팅 비용을 절약한 구단들이 협상 시에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Q. 개정 포스팅 시스템에 일본 구단 측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포스팅 비용이 2천만 달러로 제한됨으로써, 팀내 최고 선수를 미국에 내주고도 개정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이적료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쓰자카 다이스케(33·뉴욕 메츠)가 2006년 포스팅시스템에 입찰했을 때 상한가는 무려 5111만달러(약 542억 원)였다. 당시 세이부는 보스턴에 마쓰자카를 보내주면서 거액을 받아 전력 보강에 나섰다. 니혼햄에서 텍사스로 이적한 다르빗슈 유(27·텍사스)의 포스팅 포스팅비용은 역대 최고액으로 5170만 달러(약 548억 원)였다.
Q.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다나카 마사히로(25·라쿠텐)의 소속팀, 라쿠텐은 어떤 반응인가?
- 라쿠텐은 다나카 마사히로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승인하면서 포스팅금액이 1억 달러 (약 1천61억 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이는 2011년 다르빗슈(텍사스)가 텍사스에 입단할 때 기록한 5천 170만 달러 (약 548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언론들도 다나카의 포스팅 비용이 다르빗슈의 역대 최고액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라쿠텐은 (개정 전에 비하여) 약 3천만달러 (약 315억)에서 최대 8천만달러 (약 842억)라는 막대한 금액을 손해 보게 된 셈이다.
Q. 다나카 마사히로에게 끼치는 영향은?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48) 구단주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나카를 보낼 생각이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시즌 개막 후 24연승을 기록하고 다승·방어율·승률 등 3관왕에 올라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팀의 에이스를 헐값에 내줄 수 없다는 뜻이다.
역대 최고 포스팅비용의 주인공인 ‘미국 진출 선배’ 다르빗슈 역시 “2,000만 달러면 라쿠텐은 다나카를 메이저리그에 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87)이 연봉 10억엔(약 101억원)을 써서라도 라쿠텐이 다나카를 잔류시켜야 한다고 밝히는 등, 다나카의 메이저리그행은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Q. 한·미 포스팅 시스템에 입찰했던 사례는?
포스팅시스템에 입찰한 한국인 선수는 이상훈, 진필중, 임창용, 최향남, 류현진 등 5명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사례는 류현진 뿐이다. (이상훈은 향후 일본 주니치를 거쳐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Q. 미·일 포스팅 시스템 개정이 한·미 포스팅시스템에 끼치는 영향은?
- 한국에서 포스팅시스템으로 이적하는 선수가 일본보다 적기 때문에 메이저리그는 그간 한국과의 포스팅시스템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2003년부터 1년 단위로 개정할 수 있었지만, 포스팅시스템 개정 의사가 없었다.
그러나 작년 류현진이 약 2573만달러(약 273억원)의 포스팅비용을 기록했고, 추신수등의 메이저리그 활약으로 한국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한미 포스팅 시스템을 (미일기준으로) 개정하려는 미국 측의 움직임이 예상할 수 있다. 한화가 류현진의 막대한 포스팅비용으로 알찬 전력보강에 성공한 사례를 지켜본 국내 구단들과의 힘겨루기가 있을 전망이다.